알츠하이머 신약, 미국서 18년 만에 승인…약효 논란도 제기

알츠하이머 발병, 약으로 늦춰질까

미 FDA, 효능 추가입증 조건부 승인

행인들이 7일 미국 매사추세츠 케임브리지에 있는 알츠하이머 신약 개발사인 ‘바이오젠’의 사옥 앞 입간판 앞을 사람들이 지나가고 있다. 케임브리지/EPA 연합뉴스

알츠하이머 신약 ‘애듀헬름’(Aduhelm)이 7일(현지시각) 미국에서 논란 끝에 승인됐다. 약을 개발한 미국 제약사 바이오젠의 주가는 38% 폭등했다.

미국 식품의약청(FDA)은 이날 애듀헬름이 알츠하이머(치매) 환자에게 이익이 될 “합리적 가능성이 있다”며 승인했다고 <에이피>(AP)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애듀헬름은 미국의 바이오젠이 일본의 제약사 에자이와 공동 개발했으며, 성분명으로는 ‘애듀캐뉴맵’(aducanumab)으로 불린다.

미국 식품의약청의 패트리지아 카바조니는 “애듀헬름은 알츠하이머 병의 근본적인 병리생리학, 말하자면 뇌에 있는 ‘아밀로이드 베타 플라크’를 겨냥하는 첫 번째 치료제”라고 말했다.

알츠하이머 환자는 전 세계적으로 5천만명으로 추산되며, 바이오젠은 애듀헬름의 처방에 연간 5만6천달러(약 6230만원)가 든다고 밝혔다.

알츠하이머 약은 2003년 이후 새로 나온 게 없다. 또 기존 약들은 모두 알츠하이머의 원인 치료가 아닌 특정 증상만 치료하는 약이다. 반면 애듀헬름은 알츠하이머 병의 원인을 치료할 목적으로 개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의학계에서는 사람이 나이가 들고 면역력이 떨어지면서 뇌 조직에 ‘베타 아밀로이드’라는 단백질이 지나치게 많이 쌓여서 알츠하이머가 발병한다는 견해가 유력하다. 애듀헬름은 뇌 조직에 쌓인 베타 아밀로이드를 줄여주는 데 효과를 보인다는 사실이 여러 연구에서 입증됐다.

그럼에도 애듀헬름의 실제 약효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애듀헬름은 두 차례 3상 임상시험에서 한번은 알츠하이머 환자의 인지력 저하 속도를 늦추는 효과를 일부 보였으나, 다른 한 번은 그렇지 못했다고 <아에프페>(AFP)가 전했다. 실제 지난해 11월 미국 식품의약청의 요청으로 소집된 외부 전문가 패널은 애듀헬름의 승인에 반대 의견을 냈다.

바이오젠의 알츠하이머 신약 애듀헬름. AP 연합뉴스

미국 식품의약청의 이번 결정은 ‘가속승인’(Accelerated Approval) 절차에 따른 것이다. 이는 기존 치료제와 비교해 의미 있는 이익을 줄 것으로 보이지만 불확실성도 남아 있는 경우에 적용하는 방식이다. 앞으로 제약사인 바이오젠은 추가 임상시험을 통해 약효를 입증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시장에서 퇴출될 수 있지만, 그런 사례는 거의 없다고 <에이피>가 전했다.

이번 결정에 대해 미국의 권익단체 ‘알츠하이머 연합’은 트위터로 “알츠하이머와 다른 치매 환자들을 위해 우리는 오늘 역사적 결정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약효가 의문스러운 치료제가 시중에 유통되는 길을 열어준 위험한 선례가 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런던대학의 존 하디 교수는 “애듀캐뉴맵의 승인을 환영 하지만, 이 약의 약효가 있다고 하더라도 주변적일 뿐이며 매우 제한된 환자들에게만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바이오젠 주가는 이날 뉴욕증시에서 38.3% 오른 주당 393.8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주가는 장중 한때 60% 치솟은 468.55달러까지 치솟기도 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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