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붕어의 기억력은 단 3초?
[과학기술 넘나들기] 동물에 관한 잘못된 속설
여러 동물에 대해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속설 중에서도 잘못된 것들이 적지 않다. 미디어와 인터넷 등의 발전에 따라 기존에 잘못 알려진 부분들이 지적되고 정확한 지식이 제시되는 경우도 많지만, 도리어 역으로 그릇된 지식과 정보들이 이들에 의해 증폭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동물에 관한 잘못된 속설 중에 대표적인 경우로서, “금붕어의 기억력은 단 3초밖에 계속되지 않는다.”는 것이 있다. 물고기, 특히 금붕어가 왜 머리가 매우 나쁜 동물로 꼽히게 되었는지는 의문인데, 일각에서는 낚시에 걸린 물고기가 요행히 바늘에서 빠져나온 직후에도 3초가 채 안 되어서 다시 미끼를 물기 때문이라고도 한다. 또는 어항의 금붕어가 먹이를 충분히 먹은 이후에도 그것을 기억하지 못하고 식탐을 보인다거나, 자신의 위치를 잊는 듯이 늘 원을 그리면서 어항 속을 헤엄쳐 다니기에 이런 오해가 생겼는지도 모른다.
기억력이 매우 나쁜 대표적인 동물로 잘못 알려진 금붕어 ⓒ GNU Free Documentation License
그러나 실험 결과에 따르면 금붕어의 기억력은 이보다 훨씬 길어서 최소 3개월에서 5~6개월까지 지속한다는 사실이 밝혀진 바 있다. 즉 과학자들이 수족관에 일종의 먹이 공급시스템을 설치하여 레버를 밀어야만 먹이를 얻을 수 있도록 하였는데, 금붕어들은 이를 곧바로 습득하였다고 한다. 더욱더 놀라운 것은 하루에 약 한 시간 정도만 먹이가 나오도록 했는데, 금붕어들은 정확히 먹이가 나오는 시간대에 레버를 밀었다고 한다.
비슷한 방식의 실험으로서 금붕어들에게 소리를 내서 들려준 이후에 먹이를 준 결과, 역시 소리를 낼 때마다 식사 시간인 것을 정확히 기억하고서 금붕어들이 몰려들었다고 한다. 또한 금붕어들의 싸움을 관찰한 과학자는, 싸움에서 진 금붕어는 자신을 이긴 금붕어를 만나면 피하거나 온순한 태도를 보였다고 설명하였다.
금붕어가 기존의 관념보다 훨씬 똑똑하고 기억력이 좋은 동물인데도, 어항 속에 사는 금붕어가 그동안 부당하게 오해를 받아왔던 셈이다. 식탐이 강한 것은 기억력이 나빠서가 아니며, 유독 금붕어만 그런 것도 아니고 다른 동물들도 마찬가지인 경우가 많다. 또한 금붕어가 항상 원을 그리면 도는 것은 어항이 너무 좁기 때문이며, 만약 금붕어가 쾌적하게 지낼 수 있는 충분히 넓은 공간을 제공한다면 늘 그런 행동을 반복하지 않을 것이다.
“보름달이 뜨면 늑대가 울부짖는다”는 대중적인 관념 역시 사실과는 거리가 상당히 멀다. 이는 엄밀히 과학적인 오류라기보다는 오랫동안 서양에서 인식되어 온 문화적인 요소를 다분히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즉 보름달을 풍요의 상징으로 보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중세시대부터 서양에서는 보름달을 사악하고 불길한 것으로 인식해왔다.
보름달이 뜨면 늑대인간이 나타나고 뱀파이어가 활개를 치는 식의 할리우드 공포영화들은 여전히 자주 대중들의 인기를 끌기도 한다. 늑대 달이라는 영어 단어 ‘Wolf moon’은 1월의 보름달을 뜻하는데, 굶주린 늑대들의 울음소리가 들리는 시기라는 데에서 비롯된 말이다.
서양에서는 1월의 보름달을 늑대달이라고 지칭해왔다 ⓒ 위키미디어
아무튼 늑대가 특히 겨울철에 보름달을 보면서 울부짖는 것처럼 보이는 경우가 많은데, 실은 늑대와 보름달은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다. 늑대는 의사소통의 한 방법으로 그저 울부짖는 것인데,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할 뿐이다.
1월 등 겨울철은 늑대가 짝짓기를 주로 하는 시기로서 울부짖을 일이 더욱 많은데, 숲에 나뭇잎 등이 없는 때이므로 달이 더 쉽게 잘 보이고 늑대도 잘 보이기에 그런 오해가 생긴 듯하다. 또한 짝짓기뿐 아니라 무리를 모으거나 사냥 등을 위한 의사소통을 하려고 늑대는 일상적으로 울부짖는 것이다.
늑대의 울음소리가 밤에 더 자주 들리는 것은 야행성인 늑대는 주로 해가 진 후에 사냥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낮에도 늑대가 울부짖지만, 다른 소음들 때문에 낮에는 늑대의 울음소리를 듣기 어려울 뿐이다.
3초에서 11초가량 지속될 만큼 길게 울부짖는 것이 특징인 늑대의 울음소리는 10km 쯤 떨어진 동료에게도 들릴 정도여서, 이를 통하여 효율적으로 의사소통을 할 수가 있다. 또한 늑대 무리가 다 함께 울부짖음으로써 사냥에 앞서 단결력을 높이기도 한다.
그리고 사회성이 좋은 동물에 속하는 늑대는 울음소리로만 소통하는 것이 아니라 시각, 후각 등 다른 감각을 통해서도 무리 간에 의사소통을 한다. 즉 영역 내의 같은 장소에 대소변 등의 흔적을 남겨서 후각으로 자신의 영역 표시를 하곤 한다. 또한 늑대는 사람처럼 얼굴표정을 통하여 소통할 수 있을 정도로 표현력도 뛰어난 동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