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뇌에는 성별이 없다… 남자 뇌, 여자 뇌라는 환상

“뇌의 기능이 부분적으로 유사하다고 해서 성별 차이가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유리창과 타이어, 엔진, 브레이크를 세세하게 검사한 다음에 볼보와 콜벳 사이에 유의미한 차이가 거의 없다고 결론짓는 것과 같다.”

똑같이 네 바퀴가 달린 자동차라도 브랜드를 구분할 수 있듯이 남성과 여성의 뇌는 특성이 다르다. 성별에 따라 구분되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남성이 공격적이고 운동을 좋아하는 이유, 여성이 공감을 잘하고 수동적인 이유가 그 때문이다. 대중은 물론 과학자들마저 이러한 생각에 빠져있다.

새로운 현상은 아니다. 남녀의 차이, 정확히는 남성의 우월성을 과학으로 입증하려는 노력은 18세기에 시작됐다. 평등주의의 물결 속에서 당대 남성은 자신들이 여성보다 우월한 이유를 과학에서 찾았다. 남성이 뇌가 더 크고 전두엽이 발달했다는 식의 증거를 수집했다. 불과 100년만 거슬러올라가도 ‘여성은 지적 능력이 떨어져서 교육을 받을 수 없다’는 학술지를 볼 수 있다. 목적은 달라졌지만 남녀 뇌의 차이를 밝히는 연구는 현재도 이어진다.

남자 112명, 여자 169명의 두뇌를 분석해 색으로 표현한 모자이크. 각 행이 두뇌 1개를 나타낸다. 각 열은 전체 두뇌 영역 116개 중 한 영역의 부피를 의미한다. 부피는 초록색일수록 크고 하얀색은 중간이며 노란색일수록 작다. 두 집단의 차이는 쉽게 볼 수 있다. 여성(왼쪽)이 초록색에 가깝고 남성(오른쪽)은 노란색을 띤다. 그러나 개인의 두뇌가 전부 초록색이거나 노란색인 경우는 없다. 한빛비즈 제공

그러나 최신 연구결과는 통념을 뒤흔든다. 새파란 ‘남자 뇌’와 새빨간 ‘여자 뇌’ 같은 것은 없다. 뇌는 다양한 특성이 울긋불긋 뒤섞인 모자이크에 가깝다. 남녀의 뇌를 딱 잘라서 구분할 수 없다면 남성적 천성 또는 여성적 천성 역시 환상에 불과하다. 세상에는 공격적이면서 공감을 잘하는 여성, 수동적이면서 운동을 좋아하는 남성이 얼마든지 존재한다. 남자니까 그렇고, 여자니까 저렇다는 고정관념이 우리의 눈을 가리고 있을 뿐이다.

남성과 여성의 뇌가 똑같다는 주장이 아니다. 뇌를 관찰하면 어떤 특성들은 평균적으로 남성에게서만, 여성에게서만 주로 보인다. 기존의 연구들은 여기에 주목했다. 문제는 그 특성들이 개인적 차원에서는 뒤섞여 나타난다는 점이다. ‘평균적 차이’를 아무리 찾아낸들 그것으로는 눈앞의 뇌가 남자의 뇌인지, 여자의 뇌인지 가릴 수 없다는 이야기다.

여자 382명, 남자 188명의 일곱 가지 심리 특성을 색으로 나타낸 것. 한 행이 개인 한 명의 데이터다. 심리적 특성이 여성적일수록 분홍색에 가깝고, 남성적일수록 파란색에 가깝다. 그림을 비교하면 여성 집단의 모자이크가 더 분홍색이다. 그러나 전부 분홍이거나 전부 파란색만 가진 사람은 한 명도 없다. 사람들 대부분은 분홍과 파랑이 섞인 모자이크로 표현된다. 한빛비즈 제공

실제로 이스라엘 텔아비브대에서 남녀 281명의 두뇌를 자기공명영상(MRI)으로 촬영한 결과, 고작 7명만이 완벽하게 남성이거나 여성적인 구조적 특성을 보였다. 나머지는 영상만으로는 남성을 찍었는지, 여성을 찍었는지 구분할 수 없었다. 두뇌의 신경망을 촬영한 사진을 4,000장 넘게 분석한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이러한 연구결과는 2015년 미국 국립과학원회보에 실려 과학계를 뒤집어놨다.

게다가 뇌는 특성이 변한다. 남녀의 생식기는 모양과 특성이 변하지 않지만 뇌는 다르다. 스트레스나 주변 환경, 약물의 영향에 따라 여성의 뇌가 남성처럼 변하기도 한다. 반대 상황도 일어난다. 볼보나 콜벳처럼 어떤 조건에서도 변하지 않는 무생물이 아니다. 굳이 뇌의 성별을 따진다면 뇌는 양쪽의 특징을 모두 지닌 ‘간성’인 셈이다.

‘젠더 모자이크’. 다프네 조엘, 루바 비칸스키 지음ㆍ김혜림 옮김ㆍ한빛비즈 발행ㆍ264쪽. 1만6,500원

그렇다면 왜 우리는 남성, 여성으로 행동하는 것일까? 사회적으로 만들어진 성별 ‘젠더’가 작동하기 때문이라고, 특정 성별에 따른 뇌를 부정하는 연구자들은 답한다. 모자이크가 똑같은 뇌를 가진 남녀가 서로 다르게 행동한다면 그 이유는 한 사람은 남자, 다른 사람은 여자로 불리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다. 남자니까 능력이 있어야 하고, 여자니까 아기를 낳아야 한다. 남자가 보육을 맡으면 대범하지 못하고, 여자가 중장비를 다루면 우악스럽다. 젠더는 사회의 모든 영역에 편견을 밀어넣는다. 그렇게 능력이 억눌린 여자아이와 감정이 메마른 남자아이가 태어난다.

김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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