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의혁의 비타민D이야기]㉛파킨슨병의 날에 본 비타민D 효능
오늘(4월 11일)은 세계 파킨슨병의 날이다. 1817년 이 병을 최초로 학계에 보고한 영국 의사 제임스 파킨슨의 생일을 기념해 지정한 날이다.
치매(알츠하이머), 뇌경색(뇌졸중)과 함께 3대 노인성 뇌질환으로 꼽히는 파킨슨병은 미국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전설의 복서로 불리는 무하마드 알리, 요한 바오로 2세 등 유명인사들이 투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파킨슨병은 우리 몸의 신경 전달 물질인 도파민이 충분하게 분비되지 않아 생긴다. 병에 걸리면 자신의 몸을 움직이는 것이 불편을 넘어 불가능하게 되며, 정상적 일상생활이 어려워진다. 파킨슨병의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안정시 떨림, 근육이 경직되는 강직 현상, 행동이 느려지는 서동증, 운동장애, 자세 불안정, 수면장애 등이 있다.
최근 국내 파킨슨병 환자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파킨슨병 환자는 2015년 9만660명, 2017년 10만716명, 2019년 11만147명으로 집계됐다. 퇴행성 질환인 만큼 고령의 환자들이 많았다. 2019년 기준 80세 이상이 50.2%, 70대가 35.3%로 70대 이상 환자가 전체 환자의 약 85% 이상을 차지했다. 하지만 최근 50대 이하 중년에서 발병률이 높아지고 있고 20~30대에서도 종종 발견되는 추세다.
파킨슨병은 초기에 병을 진단해야 일상적 생활을 할 수 있다. 그러나 병을 알아차리는 게 쉽지 않다. 따라서 평소 부모님이나 주변 어르신들의 건강 상태를 꾸준히 관찰하고 이상이 생길 때 진단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파킨슨병은 완치법이 없어 평생 관리해야 한다. 파킨슨병을 치료하는 약물은 현재의 증상을 더 악화되지 않게 하거나 증상 정도를 완화시키는 약들뿐이다. 주된 치료는 도파민 제제를 공급하여 환자의 증상을 호전시키고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그러나 장기간 도파민 제제를 사용하면 이상 운동 증상과 약효가 오래가지 않는 소진 현상이 나타난다. 이땐 뇌심부자극술이라는 수술적 치료 방법도 고려할 수 있다.
파킨슨병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운동이 있다. 운동은 증상을 호전시키고 병의 진행을 늦추는 데 도움이 된다. 유산소·근력 운동, 스트레칭 체조를 골고루 꾸준하게 하는 게 최선이다. 플라보노이드 성분이 풍부한 식품도 파킨슨병 예방에 좋다. 이와 함께 부족•결핍된 비타민D를 충분히 보충하여 혈중 비타민D 수치를 40ng/ml 이상 유지하는게 좋다.
2013년 3월 일본 지케이 의대 연구팀이 《미국임상영양학저널(The American Journal of Clinical Nutrition)》에 발표한 이중 맹검 비교 임상 연구결과에 따르면 파킨슨병 환자들의 비타민D 혈중농도가 41.7ng/mL에 도달하면 18개 증상 판별 항목 중 12개 항목이 현저하게 개선됐다.
파킨슨병 환자 182명과 그렇지 않은 환자 185명을 비교한 2019년 10월 《신경학저널(Acta Neurologica Scandinavia)》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비타민D 수치를 최적화하면 쓰러짐, 수면 장애, 우울 및 불안 등 일부 파킨슨병의 증상을 줄일 수 있다고 한다.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노인들에게 매일 2000-5000IU의 비타민D3를 보충하면 파킨슨병의 진행을 늦추는 동시에 코로나바이러스 예방도 가능하다는 연구 논문이 2020년 5월 《뇌과학지(Brain Sciences)》에 발표되기도 했다.
뇌의 정신 기능과 신경 기능 요소에는 비타민D 수용체가 매우 많이 존재한다. 특히 파킨슨병을 유발하는 곳인 뇌의 흑질(substantia nigra)에 비타민D 수용체가 다량 존재한다. 파킨슨병 환자는 이 같은 비타민 수용체를 생성시키는 유전자가 변질된 경우가 많다. 따라서 파킨슨병 환자 중에는 비타민D 결핍자가 많다.
비타민D는 속성 동작을 발휘하는 ‘타입-2 근 섬유 비율’을 증가시켜 순간 동작을 유지시킨다. 동시에 포스포크레아틴(phosphocreatin)을 통해 ATP를 재생시켜 근력을 증강시키고, 뼈의 재생을 유지시켜 골다공증과 낙상을 예방한다. 이러한 비타민D의 작용이 파킨슨병의 동작 병태를 개선시킬 수 있다는 것은 충분히 예측되는 일이다.
파킨슨병 환자는 같은 연령대의 대조군에 비해 혈중 비타민D 수치가 상대적으로 많이 부족하다는 연구는 20여년 전부터 계속 발표되고 있었다.
대한민국 60세 이상 노인들의 평균 비타민D 수치는 17.4ng/ml인 결핍 수준이다. 건강 수준인 40ng/ml 이상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비타민D3을 하루 4000IU 이상 섭취해야 한다. 개인마다 여러가지 다른 요인들 때문에 같은 용량을 섭취해도 도달하는 수치가 다 다르다. 1년에 한번은 꼭 비타민D 혈중 수치 검사를 통해 자신의 수치를 확인해야 한다.
비타민D는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문제는 다른 어떤 영양소(13가지 비타민과 13가지 미네랄)보다 비타민D가 전 국민, 아니 전 세계적으로 사람들에게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것이다. 비타민D 부족•결핍을 해소하여 평균 수치 40~60ng/ml를 유지하면 잃었던 건강을 되찾을 수 있다.
에디터 kormedimd@kormed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