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정서력을 가진 아이들이 기대되는 이유

공부 정서력을 가진 아이들이 기대되는 이유

연재ㅣ김선호의 우리 아이 마음 키우기

게티이미지뱅크

2020년, 학교는 혼란이었다. 두 배의 담임 역할이 필요했다. 오전 1학년 보조 교사, 오후 5학년 담임 역할을 수행했다. 덕분에 1학년과 5학년 아이들을 동시에 바라보는 좋은 기회가 생겼다.

1학년 보조 담임을 하면서 깜짝 놀랄 일을 보았다. 학습 격차는 학년이 올라가면서 심해진다고 알고 있었다. 하지만 1학년 보조 담임을 하면서 첫 한 달간 느낀 학습 격차는, 5학년 아이들보다 1학년 아이들이 훨씬 더 심했다.

글자를 알고 모르고의 차이에 따라 1년의 격차가 생겼다. 글자를 알고 있다 해도, 실제 책을 매일 읽느냐에 따라 1년의 격차가 추가되었다. 숫자를 알고 활용하는 연산력에 따라 1년 격차가 추가된다.

사립초에 입학하는 아이들의 특성상 영어 유치원을 다닌 아이들이 많았는데, 그러지 않은 아이들과 학습량만 최소 2년 차이가 있었다. 격차는 대부분 학교 입학 이전 선행학습 때문이었다.

글자도 모르고, 책도 읽지 않고, 숫자도 모르고, 연산력도 없고, 영어는 더더욱 해보지 않은 아이와, 이 모든 것을 수행하고 입학한 아이들은 최소 4년 학습 격차를 안고 시작했다. 그 시간을 어떻게 좁힐 수 있을까? 교사로서 고뇌가 컸다.

그런데 1년이 다 되어갈 즈음, 거리감을 상당히 좁힌 아이들이 눈에 보였다. 평균 약 2년의 격차가 있었는데, 그 격차를 줄일 뿐 아니라 넘어선 아이들이 보였다. 그들이 놀랄 만한 속도로 학습 격차를 줄여나간 요인은 선행학습 때문이 아니었다. ‘공부 정서력’에 있었다.
공부 정서력은 학습을 대면하는 학생들의 심리 정서적 감정 상태를 말한다. 공부 정서력이 높은 아이들은 더 놀고 싶은 자신의 욕구를 순간적으로 조절하는 모습을 보였다.

누군가 자신의 이름을 부르기 전에 이미 자리에 앉아 있었고, 말하기 전에 이미 교과서를 꺼내놓고 있었으며, 고개는 담임교사를 바라보고 있었다. 자신의 욕구를 증폭시키는 데 몰두한 아이들은 조절감을 보이지 않았다. 이름을 몇 번씩 불러야 자리에 앉았고, 서랍 속에 있는 교과서조차 안 가져왔다며 꺼내기 귀찮아했다. 시선은 교실에 있는 시계를 바라보고 있었고, 수업 중 갑자기 큰 소리로 말했다. “선생님, 화장실 다녀와도 돼요?”

학습 시간에 자기 조절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아이들의 학부모 중에 이렇게 생각하기도 한다. ‘우리 아이는 좋아하는 것에 몰입하는 능력이 좋아.’ 안타깝지만 좋아하는 것에 몰입하지 못하는 아이는 없다. 많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에 마음껏 몰입한다.

차이점이 있다면, 그 좋아하는 몰입을 잠시 멈추는 조절력을 갖추었느냐 아니냐에 따라 공부 정서력에 차이를 보인다. 공부를 좋아하지 않아도, 중요하다 생각하고 중요한 것을 위해 잠시 하던 걸 멈출 수 있는 능력, 그 작은 정서력이 초등 6년의 학습을 좌우한다.

5년 후가 기다려진다. 작년 1학년 보조 교사로 돌보았던 아이들이 5년 후 6학년이 된다. 1학년 공부 정서력이 좋았던 아이들이 6학년이 되어 어떤 모습이 되어 있을지 기대된다. 시간이 빨리 지나갔으면 좋겠다.

김선호 ㅣ 서울 유석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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