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나 어른이나 기억 조절 핵심은 ‘별아교세포’

이준혁 KAIST 박사과정생, 정원석 KAIST 생명과학과 교수, 박형주 한국뇌연구원 신경혈관단위체 연구그룹장, 이지영 한국뇌연구원 연구원(왼쪽부터) 공동 연구팀은 신경교세포가 뇌 신경세포의 연결을 먹어치우고 재구성하는 과정으로 뇌의 기억 능력을 유지한다는 연구를 공개했다. KAIST 제공

국내 연구팀이 성인의 뇌가 기억과 학습 능력을 유지하는 원리가 기존 학설과 다르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정원석 KAIST 생명과학과 교수와 박형주 한국뇌연구원 신경혈관단위체 연구그룹장 공동 연구팀은 뇌와 척수에 존재하는 별아교세포가 성인의 뇌에서 기억이나 학습 과정에 불필요한 신경세포 사이의 연결을 제거해 뇌의 학습 능력과 기억력을 유지해 준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 지난해 12월 23일자에 발표했다.

 

뇌의 해마는 학습과 기억, 새로운 사물이나 사실 인식 등에 관여한다. 성인의 해마에서는 학습과 기억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신경세포 사이의 연결 부위인 시냅스가 끊어졌다가 다시 재구성되기를 반복한다.

 

지금까지 뇌과학자들은 이런 시냅스 제거에 주로 미세아교세포나 별아교세포와 같은 신경교세포가 역할을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신경교세포는 뇌나 척수에서 신경세포의 면역작용이나 뇌 조직의 손상 회복에 관여한다.

 

연구팀은 이전 연구에서 신경교세포 중 가장 흔한 세포인 별아교세포가 시냅스를 먹어치워 제거한다는 사실을 확인한 바 있다. 정 교수팀은 뇌가 발달하는 시기에 별아교세포가 불필요한 시냅스를 먹어치워 없앤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2013년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이번에 연구팀은 녹색과 적색 형광단백질을 이용해 성인의 뇌에서 시냅스가 어떻게 제거되는지 조사했다. 시냅스가 산성에서 재빨리 분해되면 녹색 형광단백질을, 천천히 분해되면 적색 혁광단백질을 내놓게 했다.

 

그 결과 성인 해마에서는 별아교세포가 시냅스를 지속적으로 제거하고 특히 흥분성 시냅스를 더 많이 제거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뇌에서 면역세포 역할을 하는 미세아교세포보다 별아교세포가 오히려 시냅스를 제거하는 주된 세포라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실제로 미세아교세포를 제거했을 때는 시냅스 수가 변하지 않았지만, 별아교세포가 시냅스를 먹지 못하도록 유전자를 조작하자 비정상적 시냅스가 빠르게 늘어났다. 

 

이는 미세아교세포가 시냅스를 제거하는 주된 세포일 것이라는 기존 학설을 뒤집은 결과다. 그간 치매나 조현병 환자에게서 미세아교세포가 시냅스를 제거하는 현상이 확인된 만큼 뇌과학자들은 미세아교세포가 시냅스 제거에서 주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해왔다.

 

이번 연구로 별아교세포가 뇌 발달기뿐 아니라 성인의 뇌에서도 불필요한 시냅스를 제거해 수를 조절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또 연구팀은 별아교세포의 시냅스 제거 작용을 억제한 생쥐에서는 기억 형성에 문제가 생긴다는 사실을 추가로 확인해 별아교세포가 불필요한 시냅스를 제거하지 않으면서 뇌의 정상적 학습과 기억 능력이 유지될 수 없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정 교수는 “시냅스 수의 비정상적인 변화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 조현병, 치매 및 여러 형태의 발작과 같은 다양한 신경질환의 유병률과 연관성이 높다”며 “별아교세포를 이용해 시냅스 수를 조절하는 기법은 뇌 질환 치료의 새로운 전략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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