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리포트] 코로나 입원 환자 7명 중 1명은 뇌·신경 손상

바이러스 직접 침투 안 해도 산소 부족으로 2차 피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는 바이러스가 직접 침투하지는 않아도 뇌나 신경에 심각한 손상을 입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뇌로 가는 산소가 부족해지면서 2차 피해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미국 뉴욕대 그로스만의대 연구진은 지난 13일(현지 시각) “병원에 입원한 코로나19 환자 7명 중 1명은 신경 손상을 입는다”고 밝혔다. 저산소증으로 인한 신경 손상으로 일시적인 정신 혼란부터 뇌졸중과 발작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례들이 확인됐다. 연구 결과는 신경학 분야 학술지 ‘뉴롤로지(Neurology)’ 최신호에 실렸다.

◇바이러스 침투 안 해도 뇌 손상 유발

전세계 코로나19 사망자는 10월 14일 글로벌 통계 사이트 월드오미터 기준 109만 명을 넘었다. 코로나19를 유발하는 사스 코로나 바이러스-2(SARS-CoV-2)에 감염되면 보통 폐에 손상을 입는다. 바이러스가 폐세포를 직접 공격하기 때문이다. 호흡과도 직결되는 폐에 염증이 생기면 인공호흡기나 산소 치료를 받아야 하는 중증 코로나19 환자로 진행된다. 당뇨나 혈압 등 기저 질환이 겹쳐지고 위중증으로 진행될 경우 생명을 잃기도 한다.

이번 연구는 바이러스가 직접 침투하지 않은 뇌까지 코로나19 로 피해를 입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뉴욕대 연구진은 “코로나19로 인한 뇌수막염이나 뇌염 같은 직접적인 신경 염증 사례가 확인되지 않았다”며 “이는 코로나19 감염병을 유발하는 사스 코로나 바이러스-2(SARS-CoV-2)가 뇌나 신경세포에 즉각적으로 침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의 책임자인 제니퍼 프론테라 뉴욕대 그로스만의대 교수는 “우리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신경 계통을 직접 공격하는 징후는 없다”며 “코로나19 환자에게서 발견할 수 있는 신경학적 합병증은 주로 심하게 아프거나 저산소 수치로 고통 받는 2차 효과”라고 말했다.

그러나 연구진은 신경학적 합병증이 병원에 입원한 코로나19 환자들의 사망 위험을 38% 높인다는 연구 결과를 제시하며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 감염으로 병원에 입원했다가 퇴원한 환자의 28%는 뇌신경 분야 부작용에 대한 장기적인 재활 요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3월 10일부터 5월 20일까지 미국 뉴욕시와 롱아일랜드에 있는 뉴욕대 랑곤병원 4곳에서 뇌 또는 기타 신경 관련 증상이 있었던 코로나19 성인 환자 606명을 추적 관찰했다. 해당 기간은 이 지역에서 코로나19 감염이 정점에 달했을 때다.

◇뇌 손상 막으려면 안정적 산소 공급 필요

이번 연구가 있기 전에도 코로나19 바이러스와 뇌신경계와의 연관 관계를 분석한 연구는 있었다. 지난 9월 미국 예일대 연구진은 국제 학술지 ‘브레인’에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뇌세포로 가는 산소 공급을 차단해 괴사시킴으로써 인체 다른 부위의 감염보다 더 치명적인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고 발표했다. 연구진은 코로나19로 사망한 환자의 뇌세포와 뇌 오가노이드(미니 장기)를 이용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뇌세포를 공격하는 과정을 연구했다.

뉴욕대 그로스만의대 연구진은 미국에서 코로나 감염이 급증하기 전 아시아와 유럽에서 코로나19 감염으로 인한 뇌손상 가능성이 있다는 보고에 주목하고 지난 3월부터 병원에 입원한 수천 명의 환자들 중 신경 기능에 문제가 있는 환자를 추적했다. 3월 10일부터 5월 20일까지 뉴욕대 랑곤병원 전체에서 4491명이 코로나19 양성판정을 받았다.

중환자실의 에크모(ECMO) 장치. 코로나 감염 환자가 산소 부족으로 뇌 손상을 입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혈액을 빼내 산소를 공급하는 에크모 장치를 적극적으로 치료에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샌안토니오 육군병원

연구진은 코로나19 환자 7명 중 1명이 신경 손상을 입을 수 있다는 사실과 함께 신경학적 증상이 언제 나타나는지도 알아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발열과 호흡 곤란, 기침 등 통상적인 코로나19 증상이 나타나고 48시간 내에 신경계통의 화학적 전해질 불균형이나 심부전 등으로 인한 정신 혼란 증세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추적 관찰 대상이었던 환자 606명 중 절반은 71세 이상이었다.

앞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폐 외에 혈관과 심장 등 다른 기관도 공격할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폐 손상이 주요 증상이다. 이로 인해 호흡이 힘들어지고 생존에 필요한 산소가 부족해진다. 이번 연구 결과는 뇌를 포함해 인체에서 산소 수치가 낮아지면 정신 혼란 등 가벼운 신경계통 증상부터 영구적 뇌 손상까지 유발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 결과는 의료진이 코로나19 환자의 체내 산소량을 안정화하는 치료법을 보다 적극적으로 적용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환자의 몸 밖에서 혈액을 빼내고 산소를 보충한 뒤 다시 몸으로 보내는 의료 장비인 ‘에크모’나 산소호흡기 등을 적극적으로 사용해야 신경 계통에 문제가 생길 수 있는 환자를 치료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출처 조선일보 한국과학기자협회 2020.10.15]

0 0 votes
Article Rating
Subscribe
Notify of
guest
0 댓글목록
Oldest
Newest
Inline Feedbacks
View all comments
error: 기억 잘하는 10가지 훈련😃기억력스포츠를 시작하세요
0
Would love your thoughts, please comment.x
()
x
0
    0
    장바구니
    장바구니가 비었습니다쇼핑 계속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