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카페] 개미도 도구 쓰는 머리 있다

설탕물 든 통에 모래 쌓아 익사 피하고 흡입해

검은불개미는 설탕물을 먹으려다 빠져 죽을 위험에 처하면 주변의 모래를 가져와 용기 주변과 안에 쌓는다. 이러면 용기 안에 빠지지 않고 안전하게 설탕물을 빨아 먹을 수 있다. /미 ARS

설탕물은 개미에게 그림의 떡과 같다. 가장 좋아하는 먹이지만 허겁지겁 달려들다가 빠져 죽기 십상이다. 이 딜레마를 도구로 해결하는 개미가 발견됐다.

미국 농무부 산하 농업연구소(ARS)의 지안 첸 박사와 중국 화중농업먹이대의 아이밍 조 교수 연구진은 지난 7일 “검은불개미(학명 Solenopsis richteri)가 설탕물이 든 용기 주변에 모래알을 쌓아 익사 위험에서 벗어나 안전하게 먹이를 먹는 모습을 관찰했다”고 밝혔다.

영장류나 까마귀 등 일부 동물이 도구를 이용해 먹이를 잡는 모습이 관찰됐지만, 곤충이 도구를 이용하는 모습은 이번에 처음 확인됐다. 이번 실험 결과는 영국 생태학회가 발간하는 국제 학술지 ‘기능 생태학’에 실렸다.

◇표면장력 변화에 도구로 대응
연구진은 실험실에서 지름 2.5㎝의 용기에 설탕물을 넣고 검은불개미들에게 줬다. 주변에는 모래를 뿌려 놓았다. 불개미는 설탕물이 든 용기에 들어가도 표면장력 덕분에 빠지지 않는다. 둥둥 뜬 채 설탕물을 빨아 먹을 수 있는 것이다.

표면장력은 액체 분자들이 표면에서 서로 끌어당겨 최소 면적을 유지하려고 하는 힘을 말한다. 개미가 누르면 물의 표면적이 증가하는데, 이때 표면장력이 누르는 힘과 반대 방향으로 작용해 표면적을 최소화시킨다. 소금쟁이가 물 위를 미끄러지듯 걸어 다니는 것도 표면장력 때문이다.

비누 성분의 계면활성제는 이런 표면장력을 줄인다. 실험에서 설탕물에서 계면활성제가 0.05% 이상 농도가 되자 개미가 표면장력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빠지기 시작했다.

그러자 개미들은 주변에 있는 모래를 옮겨와 설탕물 용기 주변과 안에 쌓았다. 이러면 개미가 용기 안에 들어가지 않고도 모래 구조물을 통해 설탕물을 빨아 들일 수 있다. 실수로 설탕물 용기에 빠져 익사할 위험이 사라지는 것이다. 개미는 모래 구조물 덕분에 5분 안에 설탕물의 절반을 빨아 먹었다.

설탕물이 든 용기 내부와 둘레에 모래를 쌓아 설탕물을 흡입하는 개미들. 익사 걱정 없이 모래가 위로 올린 설탕물을 빨아 먹을 수 있다./미 ARS

◇곤충도 고등 인지능력 보유

연구진은 “개미가 모래 구조물로 마치 사이펀처럼 설탕물을 빨아 들였다”고 설명했다. 사이펀은 높은 곳에 있는 액체를 기압 차와 중력을 이용해 낮은 곳으로 옮길 수 있도록 만들어진 연통관을 말한다.

화중농대의 아이밍 조 교수는 “개미의 예외적인 도구 제작 기술은 설탕물에 빠져 죽을 위험을 줄일 뿐 아니라 설탕물을 채집할 공간도 더 많이 제공했다”고 밝혔다.

개미가 만든 모래 구조물은 순수한 설탕물이 든 용기에서는 관찰되지 않았다. 연구진은 개미가 상황에 맞춰 새로운 도구를 사용하는 능력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농업연구소의 지안 첸 박사는 “이번 발견은 개미와 같은 사회적 곤충들이 독특한 먹이 채집 능력을 가능케 하는 고등 인지능력을 갖췄음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도구 사용은 동물의 정교한 인지 능력을 보여주는 척도로 영장류와 일부 조류에서만 관찰됐다.

검은불개미는 원래 남미에 살던 종인데, 최근 미국까지 퍼졌다. 연구진은 앞으로 다른 개미들도 액체 먹이를 채집할 때 익사 위험에서 벗어나기 위해 도구를 쓰는지 확인할 계획이다.

 

설탕물이 든 용기에 모래를 집어넣어 설탕물을 흡입하는 개미들. 익사 걱정 없이 모래가 위로 올린 설탕물을 빨아 먹을 수 있다./미 ARS}

[출처 조선일보 이영환 기자 등록 2020.10.13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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