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자궁’ 속 일까지 모두 기억…저주같다” 희귀질환 앓는 32세 호주 여성

세계에서 80명 정도에 불과한 ‘과잉기억증후군’ 앓아

[아시아경제 김봉주 기자] 호주 퀸즐랜드에 사는 레베카 샤록(32)은 태어나기 전 엄마 뱃속에서의 일까지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희귀질환인 ‘과잉기억증후군(HSAM)’을 앓고 있기 때문이다.

22일 레베카는 맘마미아와의 인터뷰에서 “어두운 곳에서 다리 사이에 머리를 두고 있는 장면이 떠오른다. 자궁 속 같다. 편안했다”면서 엄마 자궁 속에 있었던 때를 회상했다. 다만 그는 “(당시) 주변 환경이나 나의 존재에 대해 생각해보진 않았다”고 했다.

레베카 샤록은 과도하게 많은 일을 기억하는 ‘과잉기억증후군’을 앓고 있다. 사진=레베카 샤록 트위터 캡처.

이런 증상은 과잉기억증후군으로 추정된다. 살면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하나도 빠짐없이, 마치 사진처럼 기억하는 특징을 가진다. 이 증상은 2006년 미국에서 질 프라이스라는 여성이 최초로 진단을 받은 바 있다. 이 여성은 좌우 대뇌피질의 특정 영역이 일반인과 다르고, 좌우 전두엽을 모두 사용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레베카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의 첫 번째 기억은 태어나기 전 엄마 자궁 속에서의 기억이다. 자궁 속 기억을 그림으로 그려내기도 했다.

레베카 샤록은 자궁 속 기억을 그림으로 그려냈다. 사진=레베카 샤록 트위터 캡처.

레베카는 태어나자마자 병원을 떠난 것도 기억하고 있다. 그는 “나는 담요와 같은 무언가에 싸여 있었다. 그 당시 병원이나 집이 무엇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단지 내 주변 환경이 변한 것을 눈치챘고, 나는 이런 환경에 호기심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말하는 것을 배우는 것부터 첫걸음마를 뗀 것, 태어나서 처음으로 꾼 꿈, 지금까지 들었던 학교 수업 내용까지 모두 기억한다.

레베카는 다른 사람들도 자신처럼 모든 일을 기억하는 줄 알고 지내다 23살이 되어서야 진단을 통해 자신이 과잉기억증후군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탁월한 기억력 덕에 행복한 삶을 살 것만 같지만, 실제 그녀는 이같은 기억력이 저주라고 느낄 때도 많다.

잊고 싶은 고통스러운 기억조차 매 순간 생생하게 떠오르기 때문이다. 힘겨운 기억이 떠오르면 그때의 고통을 그대로 느끼게 된다.

레베카 샤록은 과도하게 많은 일을 기억하는 ‘과잉기억증후군’을 앓고 있다. 사진=레베카 샤록 트위터 캡처.

실제 해당 질환을 앓는 사람들은 과거와 현재를 동시에 사는 것 같은 느낌에서 혼란을 느낀다고 호소하고 있다.

레베카는 너무 많은 생각이 한꺼번에 떠올라 머릿속이 복잡해서 해리포터를 읽었더니 책 내용을 모두 외워버리게 됐다는 얘기도 전했다.

자칭 해리포터 덕후인 그녀는 괴로울 때마다 암기해둔 해리포터 구절들을 떠올리며 잊으려 노력한다. 레베카는 자신과 같은 질환을 앓는 사람들을 위해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고, 사람들과 소통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한편 과잉기억증후군은 세계에서 80명 정도가 앓고 있는 희귀증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봉주 기자 patriotbo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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