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핵심 원천 찾았다”
시상 시냅스 활동이 신피질에 투사돼 ‘하향식 기억’ 유지
뇌는 우리 감각에 의해 수집된 정보를 암호화해서 저장했다 필요할 때 끄집어낸다. 기억이 바로 그것이다.
전문가들은 우리가 환경을 인지하고 그와 상호 작용하기 위해서는 감각 신호가 뇌에 저장된 과거 경험과 개인이 가진 현재의 목표라는 맥락에서 해석돼야 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독일 프라이부르크대 의대 교수 겸 막스플랑크 뇌연구소 연구그룹 리더인 요하네스 레츠쿠스(Johannes Letzkus) 교수팀이 이런 경험 의존성 ‘하향식(top-down)’ 정보의 핵심 원천을 확인한 연구를 내놓았다.
이 연구는 과학 저널 ‘사이언스(Science)’ 13일 자에 발표됐다.
신피질의 가장 바깥층에서 기억 관련 정보가 시상 시냅스(오렌지색)에 의해 전달되고, 이는 다시 지역 ‘문지기(gatekeeper)’ 뉴런(파란색)에 의해 제어된다. © M. Belén Pardi
상향식과 하향식 정보 흐름
우리 이마 안쪽 뇌에 접혀져 있는 모습을 하고 있는 신피질(neocortex)은 인간 두뇌에서 가장 크고 가장 강력한 영역으로 알려진다. 운동이나 시각, 청각 등의 감각을 비롯해 고도의 정신작용을 관장한다.
신피질의 모든 중요한 인지 기능은 두 가지 별개의 정보 스트림이 융합해서 이루어진다. 즉, 주위 환경으로부터의 신호를 나타내는 ‘상향식(bottom-up)’ 스트림과, 과거 경험 및 현재 목표에 대해 내부에서 생성된 정보를 전송하는 하향식 스트림이 수렴되는 것이다.
레츠쿠스 교수는, 이렇게 내부적으로 생성된 하향식 정보가 정확히 어디에서 어떻게 처리되는지는 지금까지 거의 탐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런 의문이 연구팀으로 하여금 이 하향식 신호의 원천이 무엇인지를 탐구토록 동기를 부여했다는 것.
이들 연구팀은 전뇌 안 깊숙이 위치해 있는 시상(thalamus) 영역이 이런 내부 정보를 관장하는 핵심 후보 영역임을 확인하는데 성공했다.
전뇌의 깊숙한 곳에 위치한 시상(thalamus). © Life Science Databases(LSDB)
시상 시냅스가 학습 기억 유지
레츠쿠스 연구실의 박사후연구원인 벨렌 파르디(M. Belén Pardi) 박사는 이 발견을 바탕으로 실험용 쥐에게 학습을 시키기 전과 후에 쥐의 신피질에 있는 개별 시상 시냅스의 반응이 어떻게 나오는지를 측정하는 실험 전략을 개발했다.
파르디 박사는 “관련성이 없는 중립적인 자극이 가해지면 이 경로에서 작고 일시적인 반응으로 암호화되는 반면, 어떤 일을 학습하는 것은 시냅스 활동을 강력하게 촉진해 더 빠르고 시간이 지나도 지속적으로 유지되는 신호를 생성했다”고 설명했다.
레츠쿠스 교수는 “습득된 기억의 강도를 시상 활동에서의 변화와 비교했을 때 강력한 포지티브 상관관계를 나타냈고, 이는 시상으로부터의 입력이 자극을 통해 학습된 행동 관련성을 상당히 두드러지게 암호화한다는 것을 가리킨다”고 말했다.
과학 저널 ‘사이언스’(Science) 13일 자에 발표된 논문. © AAAS/ Science
“자폐증과 조현병 이해에 도움”
연구팀은 베를린 과학기술대 헤닝 슈프리클러(Henning Sprekeler) 박사팀과 함께 수행한 추가적인 실험과 모델링에서 이 정보를 미세하게 조절하는, 이전에는 안 알려진 메커니즘을 발견했다.
아울러 신피질의 가장 바깥 층에 있는 특화된 형태의 뉴런이 이런 하향식 신호 흐름을 동적으로 제어한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이 같은 실험 결과는 감각을 관장하는 신피질에 대한 시상의 투사(thalamus’ projections)가 감각 자극과 관련된 이전 경험 정보의 핵심 원천으로 작용한다는 연구팀의 가정을 확인해 준다.
레츠쿠스 교수는 “이런 하향식 신호는 자폐증과 조현병 같은 여러 가지 뇌 질환에서 방해를 받는다”고 설명하고, “이번 연구 결과가 이런 심각한 상태의 근본적인 부적응 변화를 더욱 깊이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