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미신 믿는 이유…불안에서 기원
통제감, 안정감 형성에 도움
미신 믿으려는 인류 본성..점술·사주 만들어내
경기 어려워질수록 점집·타로카페 인기도 같은 맥락
[박종현 과학커뮤니케이터]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믿는 미신은 무엇일까. 하나만 꼽으라면 숫자 4를 죽음의 숫자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숫자 4가 죽을 사(死)와 발음이 똑같아서 이런 미신이 생긴 것이다. 그래서 우리나라에 많은 엘리베이터가 4층을 4층이라고 표시하지 않고 F로 표시한다. 심지어 일부 병원 건물들은 3층의 다음 층이 4층이 아니라 5층인 경우도 있다. 하지만 4층을 없애면 방문하는 사람들 사이에 혼란이 생길 수 있기에 일부 병원 건물은 4층에 병실 대신에 장례식장을 배치한다.
사람들은 왜 이렇게까지 미신을 믿을까. 미신이 대부분 아무런 근거도 없는 가짜라는 사실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으면서도 말이다. 게다가 이렇게 미신을 믿는 현상이 특정 지역이 아니라 전 세계에서 골고루 나타난다는 것은 더욱 흥미롭다.
박종현 과학커뮤니케이터.
인간이 미신 믿는 이유…불안에서 기원
우리 인류는 지구상에 살기 시작했을 때부터 불확실성에 휩싸인 채 살아야 했다. 당장 내일 맹수에게 물어뜯겨 목숨을 잃어도 이상하지 않았고, 천재지변이 일어나 농사를 망쳐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일상이었다. 비록 지금은 인류의 목숨을 위협하는 요소들이 많이 줄어들었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옛날과 다를 것 없이 알 수 없는 미래를 걱정하면서 살아간다. 학생이라면 몇 년 후 어떤 대학교에 입학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고, 취업준비생이라면 취업을 할 수 있을지, 한다면 어디에서 일하게 될지 알 수 없다. 취업한 이후에는 노후대비를 해야 한다. 인간의 삶은 안타깝게도 대부분 이런 식이다. 사람들은 절대로 자신의 미래를 미리 알 수 없기에 벌어지는 일이다. 사람들이 미신을 믿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이런 불안과 불확실성으로부터 기원한다.
좀 극단적이지만 우리 앞에 전쟁 상황이 펼쳐졌다고 생각해보자. 당장 내일 총에 맞아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이때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미래가 앞으로 어떻게 흘러갈지 알 수 없는 상황을 조금이나마 통제하려고 한다. 사실과는 거리가 먼 가짜 설명을 도입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실제 걸프 전쟁 당시 이스라엘에서는 ‘집에 들어갈 때 오른발을 먼저 들여놓아야 총을 맞지 않는다’와 같이 말도 안 되는 미신들이 유행했다. 아무리 말도 안 되는 사실이라도 전쟁이라는 극단적인 상황을 조금이나마 통제할 수 있는 믿음이 생기면 그냥 믿어버리는 것이다. 이것을 심리학에서 ‘통제감을 갖는다’고 표현한다.
통제감, 안정감 형성에 도움
통제감을 가지게 되면 어려운 상황에서 조금이나마 안정감을 가지게 된다. 그리고 어려운 상황을 조금이나마 통제하고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과 자신감이 생겨난다.
희망과 자신감은 아무리 어려운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원동력이 된다는 점에서 꽤 긍정적이라고 볼 수 있다. 결과적으로만 보면 미신은 우리가 미래를 조금이나마 희망적으로 생각할 수 있도록 돕고 활기차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해주는 좋은 녀석인 셈이다.
그렇다면 어려운 상황에서도 미신을 믿지 않았던 사람들은 어떻게 될까. 더욱 어려운 상황에 놓일 수밖에 없다. 스스로 그 어떤 것도 통제할 수 없게 되었다고 판단하고 더욱 심한 불안감과 우울감에 빠져들기 때문이다. 심할 경우 미래가 너무나도 막막해진 나머지 체념해버리기도 한다. 이렇게 보면 어려운 상황에서는 차라리 미신을 믿는 게 정신건강 측면에서는 훨씬 나을 수도 있다.
미신 믿으려는 인류 본성…점술·사주 만들어내
미신을 믿으려고 하는 인류의 본성은 다양한 문화를 탄생시켰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점술이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양에서는 생년월일로 사람의 길흉화복을 점치는 사주가 있으며, 유럽이나 미국 같은 서양에서는 천체의 운동으로 사람의 운명을 예상하는 점성술이 있었다.
이렇게 점술은 전 세계 어디든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며, 미래를 예측하는 도구라는 공통점이 있다. 미래를 예측할 수 있어야 미래에 대한 통제감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점술은 과학의 시선으로 봤을 때 없어져야 할 가짜에 불과하다. 게다가 막상 사주나 타로를 면밀하게 분석해보면 애초에 좋은 것과 나쁜 것은 없다고 한다. 한 사람의 미래가 좋을지 나쁠지는 해석하는 사람의 개인적인 판단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여전히 사주와 타로를 믿는다는 건 현대 인류도 과거 때만큼이나 불안감에 휩싸여 일상을 보낸다는 걸 의미한다. 실제로 사람들은 앞날이 불안할수록 사주나 타로 같은 것들을 더욱 믿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경제가 어려워질수록 점집이나 타로 카페는 더 많은 손님을 불러들인다고 알려져 있다.
사람의 뇌는 미신이나 초자연적인 힘 같은 것들을 믿을 수밖에 없도록 설계되었다. 그러므로 우리는 아무리 미신을 믿지 않으려 해도 막상 4층에 있는 병실에 입원하자니 찝찝할 것이고, 현실에서는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신이 우리가 나쁜 짓을 하고 있는지 착하게 살고 있는지 지켜보고 있을 거라 여길 것이다. 사람이 지구상에서 가장 똑똑한 동물이라는 걸 생각해보면 참 재미있다. 알고 보면 사람이 그렇게까지 이성적이거나 논리적이지는 않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