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격한 양육이 아이의 두뇌를 바꾼다”

“엄격한 양육 속 자란 아이 뇌 구조에 변화”
“엄한 교육 아이, 전두엽·편도체 크기 작아”
“화 내기·소리 지르기도 엄격한 양육 해당”

사진 출처 = GettyimagesBank

동서양을 막론하고 ‘매를 아끼면 자식을 망친다’는 말이 있습니다. 말 그대로 옛말이 된 지 오래지만 직접 매를 드는 게 아니더라도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양권 국가에서는 엄격한 양육 방식이 지지를 받아왔습니다.

그동안 아동 학대가 아이에게 심리적·사회적 문제를 일으킨다는 연구들은 많았습니다. 아동 학대 속에서 자란 아이들이 불안장애, 우울증 등의 정신질환을 앓게 될 위험이 높고, 사회적으로 공격적 성향이 높고, 감정 조절이 힘들어 사회생활에 적응하기도 쉽지 않다는 건데요.

이렇게 아동 학대 수준이 아니더라도 어린 아이에게 양육자가 반복적으로 화를 내거나 소리를 지르는 것, 몸을 붙잡고 흔드는 것만으로도 아이의 정서적, 사회적 발달 뿐 아니라 두뇌 구조까지 바꿔 놓는다는 연구결과가 나왔습니다.

캐나다 몬트리올 대학교와 미국 스탠포드 대학교 연구팀이 공동으로 엄격한 양육 방식이 아이의 불안감과 뇌의 특정 영역의 크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연구해 발표했습니다.

연구팀은 2000년대 초 캐나다 몬트리올 대학교 부속 어린이병원 CHU 성-저스틴(CHU Sainte-Justine)에서 태어난 아이들 1,761명을 대상으로 10년 넘게 지속적으로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연구팀은 이 아이들이 2세에서 9세까지 해마다 한 차례 부모의 양육 방식과 아이의 불안 수준을 평가하고 이들 가운데 3번 이상 평가와 측정이 가능했던 94명을 선별했습니다. 그리고 이 94명을 엄격한 양육 환경에 노출된 정도 (높고 낮음)와 현재의 불안도 (높고 낮음)에 따라 4그룹으로 나눴습니다.

그리고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몬트리올 대학교 사브리나 서프렌 교수팀은 아이들이 12세에서 16세가 되었을 때 이들의 불안 수준과 함께 MRI를 찍어 뇌의 해부학적 변화를 살폈습니다.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요?

“엄격한 양육 아이, 대뇌 전두엽 크기 감소”

자료 출처 = 발달과 정신병리학 (Development and Psychopathology)

먼저 노랗고 붉게 표시된 부분이 대뇌 전두엽의 외측 안와전두엽 부위인데요.

반복적으로 엄격한, 혹은 혹독한 양육 방식으로 자란 아이들 뇌의 이 부분이 엄격하지 않은 양육 방식 속에 자란 아이들보다 작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전두엽은, 이른바 두뇌의 사령탑으로 생각과 판단, 감정 조절, 인지, 계획 세우기 등 두뇌의 고등 사고 기능을 담당하는 곳입니다.
“엄격한 양육 아이, 편도체 부피 감소 확인”

자료 출처 = 발달과 정신병리학 (Development and Psychopathology)

이 사진은 뇌의 편도체 부위입니다. 앞에서 본 MRI 사진과 마찬가지로 엄격한 양육 방식으로 자란 아이들의 편도체의 부피가 그렇지 않은 아이들 보다 작았습니다.

편도체는 신경계의 정서적 정보를 통합하는 곳으로 동기, 학습, 감정 관련 정보를 종합적으로 처리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곳입니다.

전두엽 피질과 편도체는 모두 감정조절과 불안 및 우울증 발현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이 영역에 문제가 생기면 불안장애, 우울증, 분노조절 장애 등의 위험이 커집니다.

이번 연구를 진행한 사브리나 서프렌 교수는 “부모의 엄격한, 혹은 가혹한 양육 방식이 아이의 사회적, 심리적 정서 발달에 나쁜 영향을 줄 뿐 아니라 두뇌 구조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우리 사회는 엄격한 양육 태도가 아이들의 뇌 발달에 해롭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엄한 양육 아이, 불안 높고 두뇌 특정 부위 변화”

자료 출처 = 발달과 정신병리학 (Development and Psychopathology)

위 그래픽을 보더라도 엄격한 양육 방식과 아이들의 높은 불안감 사이에 연관성이 높았고, 가혹한 양육 속에 자라 불안이 높은 아이들에게서 대뇌 피질 두께와 편도체 부피의 변화가 명확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대뇌 피질과 편도체 크기가 크다고 해서 뇌 기능이 발달했다고 단정 짓거나, 작다고 해서 무조건 나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합니다. 아직 한 방향으로 단정 짓기에는 조심스럽다는 겁니다.

연세대학교 강남세브란스병원 소아정신과 김은주 교수는 “연구에 따라 아동 학대 피해자의 편도체나 전두엽이 작다는 연구도 있고, 일부는 오히려 크다는 연구도 있어 다소 논란이 되는 면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따라서 “단순히 크다, 작다의 단순 비교보다는 학대 피해자의 뇌에 학대를 경험하지 않은 사람의 것과 비교해 이상이 생겨 있다는 사실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정상과 비교해 뇌의 특정 영역 크기가 달라졌다는 것은 기능의 이상을 시사합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화 내고 고함 지르는 것도 반복되면 아이 뇌에 영향”

사진 출처 = GettyimagesBank

앞선 여러 연구에서 성적, 신체적, 정서적 학대를 겪은 아이들이 전두엽 대뇌 피질과 편도체 크기가 학대를 경험하지 않은 아이들보다 작고, 이에 따라 불안 장애와 우울증 앓을 위험이 더 크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그런데, 이번 연구는 이렇게 학대 수준의 가혹한 양육이 아니더라도 부모가 훈육을 할 때 반복해서 소리를 지르거나, 손바닥으로 체벌하는 것, 화를 자주 내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의 두뇌 같은 부위의 구조가 변화한다는 결과를 얻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이번 연구에서 엄격한 양육 태도의 척도로 쓰인 문항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아이를 훈육할 때 얼마나 자주 화를 내는가?
2) 지난 12개월 동안, 아이가 힘들게 했을 때 얼마나 자주 체벌했는가?
3) 지난 12개월 동안 아이가 규칙을 어기거나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을 했을 때, 얼마나 자주 아이에게 소리를 질렀는가?
4) 지난 12개월 동안 아이가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하거나 규칙을 어겼을 때 얼마나 자주 신체적 체벌(예시:흔들기)을 사용했는가?

이를 보면 누구나 엄격한, 혹은 가혹한 양육자로 분류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쉽게 생각하고 넘길 일은 아닙니다. 김은주 강남세브란스병원 소아정신과 교수는 “이 논문에서는 학대 수준이 아니라고 했지만, 어린 아이에게 고함을 지르고, 화를 반복적으로 내는 것 자체가 학대 행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서울대병원 소아정신과 홍순범 교수 역시 “아주 심각한 학대가 아니더라도, 이 같은 방식의 양육을 수년간 지속적으로 자주했다면 아이의 두뇌 구조, 심리 상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인간이 무엇을 경험하느냐에 따라 신경 연결이 변화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런 변화들이 누적되면 뇌 부피, 두께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렇다면, 아이가 약속, 규칙을 어겼거나 문제 행동을 해서 훈육이 필요할 땐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김은주 교수는 “아이가 아주 어릴 때는 부모의 훈육 내용보다는 소리 지르는 것, 때리는 것 등이 극심한 불안과 공포를 유발하고, 이런 것이 무의식적으로 기억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런 것들이 장기적으로 지속된다면 만성 트라우마가 되어 차후 성장 과정에서 지나친 불안과 두려움, 정서적 불안정, 대인관계 상의 문제 등이 생길 수 있게 된다는 겁니다. 또한, “이런 훈육방식은 대를 이어 지속돼 이런 양육태도 속에 자란 아이는 성인이 된 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자녀에게도 학대 행위를 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원칙적으로 아이를 때리는 것은 피해야 하고, 아이의 수준에 맞게 말로 타이르거나, 일정한 규칙을 정하고 일관성 있게 훈육할 것, 그리고 부모 자신의 일관된 행동을 아이에게 지속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가장 좋은 훈육방법이라고 조언했습니다.

김잔디[jandi@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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