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W] 수시간짜리 공부 방송, 코로나로 재조명받아
스코틀랜드 대학원생 머브(Merve)가 유튜브에 올린 공부 방송. 책상 위 모습과 창 밖 풍경이 몇 시간씩 이어진다. /Merve 유튜브 캡처
공방(공부 방송)이 아니라 GongBang이다. 공부하는 모습을 몇 시간씩 그대로 촬영한 한국식 ‘공부 방송’이 코로나로 재조명받고 있다. 단절된 사람들이 누군가 공부하는 영상을 보며 집중력을 높이고 유대감을 얻는 것이다. 이런 영상은 3~4년 전 한국에서 공부 의욕을 자극할 목적으로 시작됐다고 알려져 있다. 원조가 한국이기 때문에 해외에서도 ‘Study With Me’(같이 공부해요)와 함께 ‘GongBang’이라는 한국식 표현을 그대로 쓴다.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서 국제관계를 전공하는 대학원생 머브(Merve)는 작년 6월 공부 방송 유튜브를 시작해 구독자 19만명을 모았다. 공부하는 손과 창밖 풍경만 나오는 영상을 세계 170여국에서 시청한다. 시청자가 가장 많은 다섯 나라는 미국, 터키, 스페인, 한국, 독일 순. 1편당 조회수가 많게는 170만건을 넘는다. 그는 기자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한국인들이 이런 콘셉트를 시작했다는 걸 알고 있다”며 “팬데믹 와중에도 서로 동기를 부여해줄 동료를 찾는 학생들이 허전함을 영상으로 채우는 것 같다”고 했다.
미국 뉴욕의 병원에서 레지던트로 일하는 제이미(Jamie)는 한국에서 자란 한국계다. 2017년 의대생 시절에 만든 공부 방송 유튜브 채널이 구독자 32만명에 조회 수 합계 2000만건이 넘는다. 영상에 배경음악이 들어가기도 하고 종종 반려 고양이도 등장하지만 시청자를 방해하지 않기 위해 말을 걸거나 음식을 먹지는 않는다.
그는 “한국의 교육열을 잘 알고 있다”면서 “공부 방송이 한국에서 시작됐는지는 몰랐지만 한국 학생들이 공부를 매우 열심히 한다는 걸 생각하면 놀랄 일은 아니다”라고 했다. 공부 방송이 인기를 끄는 배경에 대해선 “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연대감을 느끼는 젊은 세대가 가상공간에서 타인과 의미 있는 관계를 맺는 일을 전적으로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특정 키워드의 검색량 변화를 0~100으로 나타내는 구글 트렌드에 따르면 ‘Study With Me’ 유튜브 검색량은 2016년 3월 0에서 서서히 올라 2019년 11월 코로나 이전 최고치인 43을 기록했다. 이후 상승 폭이 커져서 지난달 100에 도달했고 현재는 97을 기록 중이다.
영국 가디언은 “공방(GongBang)은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 급격히 인기를 얻었다”면서 “몇 달씩 원격 학습 중인 대학생들에게 함께 공부하는 기분을 느끼게 해줬다”고 했다. 미국의 미디어 전문 매체 바이스(VICE)도 “영상이 주는 ‘함께 있다’는 느낌이 팬데믹 시기에 뚜렷해졌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