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증되지 않은 교육 미신들의 추방

살만 칸(Salman Khan)은 교육계는 이해하기 힘든 일이 많이 벌어지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학교에서 검증되지 않은 일이 너무나 아무렇지도 않게 학생들에게 강요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임상실험을 거친 적이 없는 신약을 환자에게 처방하는 것과 다름없다는 것이다. 인터넷에 최고의 강의를 무료로 올리겠다는 꿈으로 초·중·고교 수준의 수학, 화학, 물리학에서부터 역사, 예술까지 4000여개의 동영상 강의를 제공하고 있다. 미국의 2만여 개 학급에서 교육 자료로 쓰이고 있다.

2006년에 만든 ‘칸 아카데미’는 새로운 교육방식을 실험하는 중이다. 학생들에게 동기부여를 높이기 위해 게임도 활용한다. 강의 영상을 많이 볼수록 점수가 올라가고, 학생은 일정 점수를 얻을 때까지 문제를 많이 풀거나 영상을 계속 봐야 한다. 강의 밑엔 댓글창을 만들어 자유롭게 질문과 답변을 할 수 있도록 장려하고 있다. 단순히 문제를 배우고 강의를 듣는 것 외에 직접 무엇인가 만들어보고 실습을 하는 강의도 있고, 교사를 돕는 콘텐츠도 마련하고 있다.

영국 교육 정책의 변화에 이론적 토대를 제시한 크리스토둘루도 명확한 근거 없이 도입된 이론 중에서 가장 큰 피해를 주고 있는 일곱 가지 미신들을 간추려 설명한다. ‘지식보다 역량이 더 중요하다.’ ‘학생 주도의 수업이 효과적이다.’ ‘21세기는 새로운 교육을 요구한다.’ ‘인터넷에서 모든 것을 찾을 수 있다.’ ‘전이 가능한 역량을 가르쳐야 한다.’ ‘프로젝트와 체험 활동이 최고의 학습법이다.’ ‘지식을 가르치는 것은 의식화 교육이다.’ 등이 그가 제시하는 미신이다.

4차 산업혁명시대에는 정말 지식교육이 필요 없을까? 인터넷에서 모든 것을 찾을 수 있을까? 최근 학교교육의 본질이 희미해지고 있다. 그것은 지식교육의 무용론이라는 위험한 발상으로부터 시작한다. 흔히 “현재 학교에 입학하는 초등학생들의 65퍼센트는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은 전혀 새로운 직업을 갖게 될 것이다.”라고 주장한다. 학교에서 배운 지식이 성인이 되었을 때 거의 쓸모없는 지식이 될 것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이 주장은 과학적 근거가 매우 미흡하다.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2018) 결과, 세계 79개국 가운데 한국 학생은 읽기 수학 과학등 3개 평가영역에서 모두 10위 안팎으로 밀려났다. OECD는 결과총평에서 “한국은 모든 영역에서 평균성취도가 하락한 7개국 가운데 하나”라고 지적했다. 미국이 적절한 인재를 길러내기 위한 문제해결의 방법으로 ‘교육의 수월성 추구위원회’를 조직하고, 1983년에 “위기에 처한 국가(A nation at Risk)”의 교육실태를 보고하며 교육개혁을 단행했던 것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최고 수준을 유지하던 한국의 학력이 추락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원격수업의 장기화에 따른 기초학력 저하와 학력격차가 심각하다. 이제 한국의 교육도 학력저하에 대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허버트 사이먼의 말처럼 새로운 교육이론들이 확실한 경험적 증거도 없이 철학적으로 그럴듯한 근거와 상식적으로 그럴듯한 제목을 갖고 매일 학교에 도입되고 있다. 검증되지 않은 미신들은 가차 없이 추방되어야 한다. 학교교육의 본질을 회복하는 노력이 시작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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