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콘 브레인’이란 ‘팝콘’이 튀겨질 때처럼 팡팡 터지는 강렬하고 즉각적인 자극에만 반응하는 뇌를 뜻한다. 이런 뇌는 느리게 변화하는 현실이나 다른 사람들의 감정에는 반응하지 못한다. 뇌 구조도 다르다. 인터넷 이용시간이 하루 10시간 이상인 대학생은 2시간 미만인 대학생과 비교해 생각과 인지를 담당하는 전전두엽의 크기가 더 작다. 2011년 데이비드 레비 워싱턴대 교수 의 연구 결과다.

이대로라면 우리는 역사 시대보다 ‘팝콘 브레인’이 많은 사회 속에 살게 될 것이다. 여성가족부가 지난해 6~7월 전국 초등학교 4학년 43만8416명을 상대로 인터넷·스마트폰 이용 습관을 조사한 결과 6만5774명(15%)이 과의존 위험군으로 분류됐다. 전년 대비 증가율은 16.7%에 이르렀다. 그 전해 증가율이 1.6%였던 데 비하면 증가세가 매우 높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원격수업이 늘면서 아이들의 인터넷 접속 시간이 늘어난 탓이다.

어찌해야 할까. 전문가들의 조언은 상식적이다. 청소년기의 뇌는 아직 일의 우선순위를 정할 줄 모르니 공부 등 먼저 할 일을 정해줄 것, 아이 방에서 컴퓨터와 TV를 치울 것, 스마트폰은 정해진 시간 내에만 쓰게 하고 10시 이후엔 방해금지 모드로 해둘 것 등등. 그런데 과연 부모가 이런 것을 몰라서 못 할까. 그보단 아이가 마음을 닫고 부모의 말을 듣지 않게 된 건 아닐까. 맞벌이 부부의 자녀가 외벌이 부부의 자녀보다 인터넷 중독 위험이 높다는 조사 보고서는 마음을 아프게 한다.

아내는 식당 일, 남편은 막노동을 하면서 아들을 게임 중독에서 건진 부부도 있다. 최원숙, 노태권 부부 얘기다. 게임에 빠진 아들이 고등학교 진학을 포기하고 가출을 일삼자, 노 씨는 아들을 데리고 전국 각지를 돌았다. 여행비와 생활비는 가는 곳마다 함께 막노동을 해서 벌었다. 피곤한 몸으로도 PC방에 가던 아들은 차츰 게임 시간을 줄였다. 나중엔 “공부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노 씨는 교육방송 교재로 아들을 직접 가르쳤다. 5분도 집중하지 못하던 아들은 마침내 100분까지도 앉아 공부할 수 있게 됐다. 목표했던 대학에도 갔다.

돌이켜보자. 아기의 뇌에 백질의 ‘도로’를 만든 건, 아기의 몸이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온갖 실패를 무릅쓰고 몸을 뒤집었던 경험, 깃털처럼 보드라운 발로 단단한 바닥을 처음 내딛었던 감각, 하늘에서 떨어지는 하얗고 차가운 것을 처음 봤을 때 떠오르던 의문. 뇌를 바꾸는 체험은 몸에서부터 비롯된다.

우리 아이의 뇌에 성취로 가는 ‘도로’를 놔주고 싶다면 먼저 아이의 몸을 둘러싼 환경을 바꿔보자. 그게 안 된다면 산책이라도 함께 나가자. 느리지만 무던하게 달라지는 계절을 함께 느끼자. 어쩌면 먼저 달라져야 하는 건 아이들보다 부모일지도 모르겠다. 아내 최 씨에게 글을 배워 난독증을 고치고 삶을 바꿔낸 노 씨처럼 말이다.

이경숙 과학스토리텔러는…
기자, 사회적기업가의 삶을 멈춘 후 과학을 다시 만났다. 과학이라는 창문을 통해
우주와 생명의 신선한 공기를 마시고 있다. 공역서로 <저렴한 것들의 세계사>, 저서로 <산타와 그 적들: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이야기> 등이 있다. 빅이슈 미디어사업단장 겸 세종학당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