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산층·중위권이 사라진다.. 가정·학교로 파고든 코로나 ‘불평등’

  • 코로나로 모든 계층서 소득 감소 추세
  • 부동산 집값 상승으로 격차 되레 심화
  • “집은 못 사는 것”.. 구매 의사도 줄어
  • 2030세대 80%가 주식시장으로 몰려
  • 코로나전후 서울 학력격차 실태분석
  • 국·영·수 전 과목서 상·하위권 늘어나
  • 2018년 국어 B∼D등급 작년 9%P ↓
  • 국·영·수 평균 하락률 1.4%P→8%P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월평균 가구 소득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은 줄어드는데 ‘고삐’ 풀린 집값은 폭등하면서 부동산 자산 격차는 갈수록 벌어져 빈부 격차만 더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20일 신한은행이 발표한 ‘2021년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만 20∼64세 취업자(근로자·자영업자) 1만명 대상 설문조사 결과, 지난해 가구 월평균 소득은 478만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조사가 시작된 이후 월평균 가구 소득은 2016년 461만원, 2017년 462만원, 2018년 476만원, 2019년 486만원으로 해마다 늘었다. 증가 추세로 볼 때 지난해 495만원으로 예상됐지만 실제로는 그나마 17만원 적게 나타났다.

전년 대비 소득 감소는 저소득층이 심했다. 소득 5구간(상위 20%)은 0.8% 감소했지만 1구간(하위 20%)은 약 3배인 3.2%에 달했다. 이에 따라 5구간 소득(895만원) 대비 1구간(183만원) 소득 배율이 2019년 4.76배에서 지난해 4.9배로 커졌다. 계층 간 소득 격차가 더 커졌다는 뜻이다.

계층 간 격차는 소득보다는 부동산 자산에서 극명하게 대비됐다. 자산 5구간(상위 20%)의 부동산 자산 규모는 9억8584만원으로 2019년에 비해 5.7% 증가했다. 반면 1구간(하위 20%)의 부동산 자산은 600만원으로 되레 8.5% 줄었다. 지난해 상위 20%의 부동산 자산 규모는 하위 20%에 비해 164배로, 2018년 125배, 2019년 142배에 비해 빈부 격차가 훨씬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자산의 격차는 보유 자산 격차로 이어졌다. 보유 자산 상위 20%의 지난해 자산은 12억374만원, 하위 20%는 2715만원으로 두 구간의 자산 격차는 44.3배였다. 자산 격차 역시 2018년 38.6배, 2019년 42.6배로 해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부동산값 폭등은 자가 미보유자들의 주택 구입 의향도 꺾는 모양새다. 2019년 54.4%였던 자가 미보유자의 주택 구입 의향은 지난해엔 49.1%로 줄었다. 구입 의향이 없는 이유로는 ‘경제적인 여유가 없어서’가 62.3%로 압도적이었다.
코로나19로 인해 모든 소득 구간이 소득이 줄면서 소득 격차는 그대로이지만, 부동산값 상승으로 자산 규모는 더욱 벌어지는 양상이다. 게다가 소득만을 모아서는 부동산값 상승 속도를 따라갈 수 없게 되자 주택 구입을 포기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얘기다.

코로나19로 주식시장이 바닥에서 하늘로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자산 격차를 소득으로는 만회할 수 없다는 의식이 팽배해지자 주식 투자 비율은 전 연령대에서 올랐다. 특히 2030세대의 참여가 두드러졌다. 조사 대상 중 20대의 85.8%, 30대의 82.7%가 주식 투자에 새로 나서거나 신규 종목에 투자한 것으로 집계됐다.

사진=연합뉴스

◆“비대면 학습이 학력 갈랐다” 사라진 중위권

코로나19 사태 이후 중위권 성적에 해당하는 서울 중학생들이 코로나19 이전보다 대폭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를 계기로 학력격차가 심화했다는 의미다.

20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교육청 산하 서울교육정책연구소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코로나19 전후, 중학교 학업성취 등급 분포를 통해 살펴본 학교 내 학력격차 실태 분석’ 연구보고서를 전날 공개했다.

연구진이 서울 시내 중학교 382곳의 2018~2020년 3개년도 1학기 학업성취 등급 변화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코로나19를 겪은 학년이 국·영·수 전 과목에서 중위권 비율이 더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한 상태임을 나타내는 불평등지수(지니계수)로 표현했을 때 지난해 중3 학생들의 1학기 성적 불평등 정도는 중2 1학기와 대비해 국어 0.02, 수학 0.03, 영어 0.01 늘었다. 코로나19 이전 동일 학년의 국어, 수학, 영어 성적불평등 정도는 직전 학기 대비 모두 0.01이었다. 지난해 성적불평등 정도가 직전 해보다 더 커진 것이다.

현재 중학교 성적은 절대평가로 산출되며 A(90점 이상), B(80점 이상), C(70점 이상), D(60점 이상), E(60점 미만) 5개 등급으로 나뉜다. 연구진은 2018~2020년 3년간 같은 학교 내에서 중위권에 해당하는 학업성취도 B~D 등급 2학년 학생 비율을 비교했다. 그 결과 국어는 2018년 58.24%, 2019년 56.49%, 2020년 49.35%로 떨어졌다. 수학은 44.44%, 43.59%, 34.19%로, 영어는 44.13%, 42.56%, 35.14%로 내리막길을 걸었다.

수학은 코로나19 이전에는 중위권 감소가 의미 있는 수준이 아니었으나, 코로나19가 발생한 2019~2020년에는 예년보다 중위권이 더 큰 폭으로 줄었다. 실제 수학은 2018~2019년 0.85%포인트 줄었지만 2019~2020년에는 9.4%포인트나 감소했다. 국·영·수 평균은 2018~2019년 1.39%포인트 떨어지는 데 그쳤지만 2019~2020년에는 7.99%포인트나 하락했다.

연구진은 “학교 내 학력격차는 코로나19 발생 전부터 있었으나 대체로 코로나19 이후 그 정도가 심해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다만 연구진은 학생의 경제력, 교사 1인당 학생 수 등 환경적 요소를 고려하지 못한 한계가 있다면서 “서울시 전체 학생 수준에서 학력격차가 발생했는지 표준화된 시험점수를 활용해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남정훈·박지원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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