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 신약 실패 ‘충격’ 경도인지장애 조기 진단해 치매 늦추는 게 현재론 최선

알츠하이머 신약 실패 ‘충격’ 경도인지장애 조기 진단해 치매 늦추는 게 현재론 최선

경도인지장애 환자 대상으로
혈관 동맥경화증·염증 예방하고
고혈압 관리하니 치매 진행 드물어

최근 국가와 의학계의 많은 노력으로 치매 조기진단의 중요성이 널리 알려졌다. 하지만 이는 바꿔 말하면 현재로서는 치매 진행을 멈추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알게 됐다는 뜻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혈관성이나 알츠하이머성 치매의 전(前) 단계로 일컬어지는 ‘경도인지장애’ 단계에서 적극적인 치료를 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아쉽게도 최근 많은 기대를 모았던 알츠하이머 치료 신약의 임상시험 결과가 모두 실패로 끝이 났다. 알츠하이머를 일으키는 단백질로 알려진 ‘베타아밀로이드’를 항체 치료를 통해 제거했음에도 치매 증상이 호전되지 않아 의료계에 큰 충격을 안겼다. 이는 알츠하이머 병인의 기전에 근본적인 의문을 던졌다. 아직까진 경도인지장애의 조기진단을 통해 치매 진행을 늦추는 방법밖에 없다.

경도인지장애는 판단력, 지각 능력, 추리 능력, 일상생활 능력 등은 정상이지만 단기기억력이 떨어져서 최근 일을 자주 잊는다는 게 특징이다. 현재 다양한 매체에서 “경도인지장애는 적극적인 관리를 하면 중증 치매로 진행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홍보한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약제나 치료를 받아야 하는 지는 아직 정확한 진료 지침이 정해져 있지 않다.

이에 경도인지장애 단계에서 수년간 일반적 치매치료제인 도네페질 계열의 약과 보조제인 콜린알포세레이트로 치료를 받아왔더라도 결국 일상생활에 심각한 인지장애가 생겨 상급병원으로 내원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세브란스병원 치매 클리닉에서는 3년 이상 500여 명의 경도인지장애 환자를 대상으로 고혈압의 철저한 관리와 뇌혈관 동맥경화증 및 염증 등의 치매 유발 환경을 제거한 결과, 실제 치매로 넘어가는 경우를 거의 볼 수 없었다. 경도인지장애 단계에서 사용 가능한 진료지침을 국가 차원에서 연구해야 하는 이유다. 예방 효과가 거의 없는 즉, 치매 증상 호전제와 보조제만 쓰다 결국은 치매로 진행되는 악순환에서 벗어나야 한다.

실제 외래 진료 시 알츠하이머 질환을 진단하는 베타 아밀로이드 양전자 단층촬영(PET) CT를 경도인지장애 환자에게 전수 시행한 결과, 알츠하이머 질환의 대표적인 병리학적 특징인 베타 아밀로이드에 대해 양성 결과를 보이는 경우가 15% 정도를 차지한다. 나머지 85%의 경도인지장애 환자는 경동맥 초음파와 뇌혈관 벽 내 동맥경화증 정도를 확인하는 특수 자기공명영상법(MRI) 검사에서 동맥경화증 등을 보였다. 이는 뇌혈관 내 혈액 관류의 장애 등으로 인해 뇌 세포로 충분한 산소와 포도당의 공급이 저해됨을 의미한다. 결국 뇌신경 장애로 인한 기억력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이 같은 환자는 기억력 장애를 일으킨 혈관 동맥경화증을 치료하는 콜레스테롤 강하제를 처방하고 엄격한 혈압관리를 수행함으로써 치매로의 진행을 막을 수 있다. 그러나 이 점을 간과한 채 치매치료제만을 복용하면 뇌신경 손상은 계속 진행된다. 미국 메이요클리닉의 보고에 따르면 약 10~15%(보고에 따라서는 30%까지)의 경도인지장애 환자들이 매년 치매로 진행됐으며, 향후 6년간 약 80%의 경도인지장애 환자가 치매가 됐다. 즉 경도인지장애 환자가 원인 질환은 치료하지 않은 채 치매치료제와 보조제만 복용하게 되면 기억에 작용하는 아세틸콜린을 증가시킴으로써 일시적인 증상의 호전은 있을 수 있지만 뇌신경 세포들은 지속적으로 손상돼 결국에는 치매로 진행될 수밖에 없다.

문제는 현실적으로 국내에 알츠하이머 질환을 진단할 수 있는 베타아밀로이드 검진 PET를 시행할 수 있는 곳이 드물다는 점이다. 국가 보험도 적용되지 않아 임상적으로 거의 모든 경도인지장애를 알츠하이머 질환으로 판정하는 실정이다. 국가적 경도인지장애의 진료 지침을 마련하기 위한 대책이 필요한 실정이다.

최근, 치매 정도 관리를 위해 보건복지부에서 정해진 모든 검사의 수행 여부를 조사하겠다고 밝혔으나 이는 필요 이상의 인지심리검사와 일반적 혈액검사를 강조할 뿐이라 생각된다. 경도인지장애나 치매 환자에서 지나치게 고가의 인지 신경 검사를 수행하는 것이 환자의 진료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는 외래에서 실제 많은 환자를 진료하는 입장에서는 의문이 든다. 이보다는 뇌 기능을 확인하는 PET CT와 알츠하이머 질환을 진단하는 베타아밀로이드 PET CT를 적극적으로 보급해야 한다. 또한 이른 시일 내 경동맥 초음파의 보험 급여화를 진행함으로써 경도인지장애중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혈관성 인지장애를 진단 및 치료하여 치매로 이환되는 것을 막아야 할 것이다.

현실은 막연히 인지장애의 조기진단만을 강조하고 이후 어떠한 치료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진료지침이 전혀 없는 상태다. 따라서 먼저 국가 의료 시스템에 혈관인지장애 질병 코드를 만들어 확실한 진단 및 분류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경도인지장애가 있고 뇌혈관에 어떠한 질환이 있으면 혈관인지장애로 분류해야 한다. 뇌졸중 발병 여부에 관계없이 인지장애가 치매 기준에 해당하면 혈관 치매로 재분류해야 한다. 또한 최근 혈관동맥경화증에 필수적으로 적용되는 콜레스테롤 하강제인 ‘스타틴’의 국내 적정 투여량을 연구조사 후에 진료지침에 포함해야 한다. 고혈압 기준도 재고할 필요가 있다. 새로운 미국 심장내과 가이드라인을 참고해 고혈압 치료 기준을 수축기 혈압 130㎜Hg 미만으로 낮추고, 인지장애 발생 시에는 수축기 혈압을 120㎜Hg 이하로 낮출 필요가 있다. 다만 우리나라 실정에 맞게 연구 조사해 진료 지침을 재(再)제정해야 한다. 다시 말해 정확한 감별 진단을 통해 조기 치료를 할 수 있게 질병 코드를 구축하고, 베타아밀로이드 PET CT 검사를 확대 실시하도록 국가가 지원하며, 국가 보험도 적용해야 한다.

결국 경도인지장애의 정확한 진단과 조기치료는 국가 차원의 지원이 필수다. 그래야만 혈관 치료와 혈압 관리 등을 통해 치매로의 진행을 보다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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