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의 과학자들이 인간의 노화 과정을 세포 수준에서 되돌리는 실험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미국 과학전문 사이언스데일리 등 외신 20일자 보도에 따르면, 이스라엘 텔아비브대와 샤미르의료원 등 공동연구진은 고압산소요법(HBOT)으로 인간의 텔로미어를 연장하고 노화세포를 줄일 수 있었다.
여기서 텔로미어는 염색체의 말단소립을 말하며 그 길이가 줄어드는 것은 생명을 위협하는 다양한 질병의 발병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그리고 노화세포의 축적 역시 나이와 관계가 있는 건강 상태나 질병에 관여한다. 이런 요인은 노화 과정의 주요한 특징인데 암이나 심혈관계질환, 당뇨, 치매 또는 알츠하이머병의 발병과도 관계가 있다.
이스라엘 연구진은 이번 연구에서 건강한 만 64세 이상 노년층 남녀 35명을 대상으로 90일간 매일 HBOT를 받게 했다. HBOT는 주 5회 진행하고 이틀 쉬는 방식으로 총 60회 진행됐으며, 1회의 치료 시간은 90분이었다.
참가자들은 여러 명이 앉을 수 있는 고압산소장치 안에 들어가서 호흡기를 착용하고 2기압의 100% 산소를 흡입했는데 20분마다 5분씩 쉬는 시간이 제공됐다.
그리고 치료 시작 전과 30회 시점, 60회 시점 그리고 1~2주 뒤쯤 치료 상황을 살피기 위해 이들 참가자의 혈액 표본을 채취해 말초혈액단핵세포(PMBC)에서 텔로미어의 길이와 노화세포의 상태를 평가했다
그 결과, 도움 T세포와 세포독성 T세포, 자연살상(NK) 세포 그리고 B세포(B림프구)의 텔로미어 길이가 20% 이상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참가자들의 텔로미어가 25년 더 젊었을 때와 같은 수준으로 돌아갔다는 점을 의미한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그중에서 가장 큰 변화는 B세포에서 나타났는 데 치료 30회 시점에서 25.68%, 60회 시점에서 29.39% 그리고 1~2주쯤 뒤에는 37.63%까지 늘었다.
이보다 중요한 점은 이번 실험으로 참가자들의 노화세포가 크게 감소했다는 것이다. 노화한 도움 T세포의 경우 그 수는 37.3% 줄었고 세포독성 T세포는 10.96% 감소했다.
사실 인간의 텔로미어가 연장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예를 들어 최근 한 연구에서 장기간 유산소 운동으로 텔로미어가 최대 5%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었다. 하지만 이런 연구의 대부분은 텔로미어와 항산화의 관련성을 나타낸 것으로, 진정한 노화 과정의 역전이라고는 할 수 없다.
반면 이번 연구는 3개월이라는 짧은 기간에 텔로미어의 대폭적인 연장뿐만 아니라 노화세포 역시 크게 줄었다는 점이 인정된 노화 과정의 역전인 것이다. 지금까지 이처럼 뚜렷한 성과가 나타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할 수 있다.
자세한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에이징’(Aging) 최신호(18일자)에 실렸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