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모두가 고통” 치매의 싹 40-50대부터 보인다

“가족 모두가 고통” 치매의 싹 40-50대부터 보인다

국내 연구진 알츠하이머병 판별 알고리즘 개발
70~80대 치매, 20년전부터 쌓은 나쁜 습관 결과물
뇌 혹사, 스트레스, 과도한 긴장은 뇌 퇴행 촉진
운동, 금연, 절주, 균형잡힌 식사·긍정적사고 중요

우리보다 앞서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은 치매가 국가건강관리의 최대 현안이 되고 있다. 사진은 일본 히로시마현의 한 요양병원 치매환자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주변에서 평소 인지기능 장애를 앓고 있는 노인들이 치매로 악화되는 사례를 어렵지 않게 목격하게 된다.

오랫동안 외출을 하지 못하는 노인들이 평소와 달리 우울증(코로나블루·Corona Blue)에 쉽게 노출되는 것도 치매 진행을 촉진한다고 알려져 있다.

치매는 인간이 가진 여러 가지 인지기능인 기억력, 주의력, 계산력, 언어기능, 시공간 능력과 판단력을 포함한 전두엽 집행기능의 장애가 발생해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을 하는데 어려움을 초래하는 상태를 말한다. 치매(dementia)는 어감이 좋지 않다고 하여 일본에서는 치매대신`인지기능 장애`라고 표현한다.
 

치매는 단순한 건망증과는 다르다. 건망증은 어떤 힌트가 있을 경우 잊었던 것을 기억해낼 수 있지만, 치매는 해마 기능이 악화되어 최근 기억장애가 심해져서 힌트를 주더라도 쉽게 기억해내지 못한다.치매가 발생하면 최근 기억력이 저하되는 증상이 나타나다가 질환 진행에 따라 장기 기억 뿐만 아니라 판단력, 언어능력, 인지기능 저하로 길을 잃거나 복잡한 작업의 수행이 불가능해지는 등 증상이 악화된다. 전체 치매의 70~80%를 차지하는 알츠하이머 치매는 대부분 노년기에 나타난다. 그러나 어느 한 순간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아밀로이드 단백질 등이 뇌에 침착되면서 증상이 나타나는 것인데, 초기에는 증상이 나타나지 않다가 점차 진행되는 질환이어서 조기에 진단하고 진행을 최대한 늦추는 치료가 필요하다.

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2018년 기준 국내 치매환자는 75만명, 65세이상 노인 738만 9480명의 10.16%를 차지하고 있다. 노인 10명중 1명꼴로 치매환자라는 얘기다.

치매는 인구고령화와 비례해 환자가 증가한다. 한국은 2002년 고령화사회에 이어 2017년 8월 고령사회에 진입, 2024년 초고령사회 진입이 예상된다. 올해 65세이상 인구는 약 812만 5000명으로 전체 인구의 15.7%이고, 5년 후인 2025년에는 노인인구 비중이 20.3%(1051만1,000명)에 달할 전망이다. 치매환자도 고령인구에 비례해 2009년 18만 8000명에서 2019년 79만 9000명에 이어 2025년 약 100만명을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치매는 일본의 경우 65~69세는 2.2%, 70~74세는 4.9%, 75~79세는 10.9%, 80~84세는 24.4%, 85세이상은 55.5%로 치솟는다. 우리나라도 상황은 비슷하다.

치매는 발병해서 말기까지 진행되는 데 보통 8~10년 걸린다. 그러나 처음에는 치매인지 알아차릴 수 없을 정도로 증상이 미미해 단순한 건망증으로 생각해 병원을 찾는 경우가 드물다.

치매는 의학적으로 발병 원인에 따라 퇴행성 치매(알츠하이머/alzheimer·나이가 들면서 뇌세포나 신경망이 죽거나 약해서 발생), 혈관성 치매(뇌혈관이 터지거나 막혀서 발생), 기타 치매(술, 약물중독, 비타민부족, 종양, 내분비질환 등이 원인)로 나뉘며 퇴행성 치매가 71%, 혈관성치매가 24%, 기타 치매가 5%를 차지한다. 알츠하이머 치매는 원인이 베타아밀로이드(β-amyloid)라는 유해 단백질이 뇌세포 주위에 축적되면서 신경세포 손상을 유발하고, 결국 신경세포를 파괴시켜 뇌기능을 점차 떨어뜨리는 것이다. `알츠하이머`라는 용어는 20세기초 알츠하이머라는 독일 의사가 51세의 한 젊은 부인이 기억력 장애, 지남력(指南力)장애가 찾아와 5년뒤 치매가 더욱 악화되어 사망하자 그녀를 부검하면서 치매라는 질환을 알게 됐고 그의 이름이 붙여져 지금까지 통용되고 있다.

치매는 어느 날 갑자기 아무 예고없이 찾아오지 않는다. 무려 발병 20년전부터 치매의 징조를 보이기 시작한다. 예를 들어 75세쯤 치매가 왔다면 50대 중반부터 `치매의 싹`이 트고 있었다는 뜻이다. 일본 대뇌생리학 대가인 마쓰바라 에이타 박사는 “치매는 20년에 걸쳐 서서히 진행하며 처음 15년은 체감증상이 전혀없고 검사를 해도 이상소견을 발견하기 쉽지 않다”며 “그러나 뇌에서 격렬한 변화를 거듭한 증상들이 후반 5년들어 나타나기 시작한다”고 설명했다.

우리 뇌는 사용할수록 좋아진다. 하지만 뇌는 너무 혹사당하고 오래 긴장하는 경우 오히려 교감신경을 흥분시키거나 혈류가 떨어져 베타아밀로이드가 증가할 수있어 주의해야 한다. 뇌도 어느 정도 휴식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스트레스를 받아도 베타아밀로이드 수치가 크게 늘어 난다. 일반적으로 뇌세포 수(약 1,000억개)는 20세 전후쯤 최정점에 달했다가 하루 10만개쯤 뇌신경세포가 죽어간다고 얼려져 있다. 전반적인 뇌기능은 30세를 기점으로 점차 퇴화한다.

그러나 최근 들어 과학자들이 나이가 들면서 뇌 신경세포는 줄어들어도 뇌를 쓸수록 어느 정도까지는 뇌세포 몸체가 커지고 신경회로도 증가한다는 연구결과를 내놓고 있다.

혈관성 치매도 싹이 자란다. 싹이 잘 자라는 환경은 과체중, 고혈당, 고지혈증 등으로 동맥경화와 고혈압이라는 싹을 내민다. 지금 당장이라도 혈관을 깨끗이 관리하면 뇌출혈과 뇌경색의 가능성이 줄어들고 이로 인한 혈관성치매도 없앨 수있다.

이런 가운데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기웅, 배종빈 교수팀이 알츠하이머병의 조기 진단에 활용될 수 있는 `딥러닝 기반 알츠하이머병 판별 알고리즘`을 개발했다고 23일 밝혔다. 연구팀은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촬영한 뇌 MRI 영상 자료를 분석해 알츠하이머병 판별 알고리즘을 도출해내는 딥러닝 모델을 설계했다. 이 모델을 가지고 한국인 390명과 서양인 390명의 뇌 MRI 자료를 4대1 비율로 학습용과 검증용 데이터셋으로 구분한 뒤, 학습용 데이터셋을 기반으로 동양인과 서양인 각각의 알츠하이머병 판별 알고리즘을 만들어 보기로 했다. 그 다음 검증용 MRI 자료를 통해 해당 알고리즘이 알츠하이머병 여부를 얼마나 정확하게 판별하는지 정확도를 분석했다. 연구결과, 동일 인종에서 판별 정확도는 곡선하면적(AUC) 0.91~0.94로 매우 높았다. 아울러 한 사람의 뇌 MRI 분석에 소요된 시간도 평균 23~24초 밖에 되지 않았다.

치매를 예방하려면 젊을 때부터 뇌를 가꾸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치매의 경고증상이 보이는 40~50대부터 생활습관 개선과 예방치료로 뇌를 건강하게 유지해야 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치매를 예방하려면 규칙적인 운동, 독서 등을 통해 뇌를 적극 사용하고 음주, 흡연 등을 멀리해야 하고, 조기발견을 위해 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국내 치매명의로 손꼽히는 한설희 건국대병원 교수(전 의료원장)은 `생·각·바·꾸·기`를 제안한다. 이는 생각을 젊게 하자, 각성하고 금주·금연하자, 바른 자세로 활기차게 걷자, 꾸밈없는 뇌건강 식단을 준비하자, 기분좋게 이웃을 위해 봉사하자 등 5가지 항목의 첫글자를 딴 것이다.

고정관념을 버리고 사물을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보는 습관을 키우고, 호기심을 갖고 뭔가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은 치매의 싹을 없애는데 가장 좋다. 나덕렬 삼성서울병원 교수는 `진·인·사·대·천·명`을 실천하라고 조언한다. 이는 진땀나게 운동하고, 인정사정없이 담배를 끊고, 사회활동과 긍정적인 사고를 많이 하고, 대뇌활동을 적극적으로 하고, 천박하게 술을 마시지 말고, 명을 연장하는 올바른 식사를 하라 등의 첫 글자를 딴 것이다. 매일 운동을 하면 알츠하이머병이 생길 확률이 80% 낮아진다. 흡연을 시작해 25~30년 지나면 알츠하이머병 위험이 250% 증가한다. 사회활동을 하지 않고 혼자서 외롭게 지내는 사람은 치매에 걸릴 확률이 1.5배나 높다. TV시청과 같이 수동적인 정신활동만 하면 인지장애에 걸릴 확률이 10% 늘어난다. 과음이나 폭음은 인지장애에 걸릴 위험성을 1.7배나 높인다. 비만인 사람이 3년후 치매에 걸릴 확률은 정상 체중인 사람보다 1.8배 높다.

<40~50대 치매의 싹 체크 리스트>

1. 초단기 기억 장애로 이미 했던 이야기나 질문을 반복하는 일이 잦다

2. 약속을 비롯해 물건을 자주 잃어버리거나 문단속을 자주 깜빡한다

3. 익숙한 사물 이름이나 친한 사람의 이름이 잘 떠오르지 않는다

4. 남의 말이 잘 이해되지 않고 말귀가 어두워졌다는 얘기를 듣는다

5. 매사 관심이 없고 의욕이 떨어지며 삶의 활력이 줄어들었다

6. 옷이나 차림새에 신경을 쓰지 않는 등 패션에 무감각해졌다

7. 화를 잘 내거나 충동을 절제하기 힘들다

8. 남을 배려하는 마음, 예의가 없어졌다. 말에도 두서가 없다.

9. 요리 등 복잡한 일에 서툴고 두가지 일을 동시에 하면 한쪽은 실수

10.젓가락질이 서툴고 음식을 자주 흘린다

※위항목중 3개이하는 아직은 안심.4~7개는 치매의 싹이 보임. 8개이상은 전문의 상담필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권하는 치매예방 수칙 3·3·3>

·3권(勸)= 운동(일주일에 3번 이상 걷기), 식사(생선과 채소 골고루 먹기),독서(부지런히 읽고 쓰기)

·3금(禁)= 절주(술은 적게 마시기), 금연(담배는 피지 말기), 뇌손상예방(머리 다치지 않도록 조심함)

·3행(行)= 건강검진(정기적으로 받기), 소통(가족, 친구와 자주 만남), 치매조기발견(매년 조기검진)

[이병문 의료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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