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코로나 시대를 공부한 다섯 학자, 다섯 달에 걸쳐 짚은 변화의 화두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공부한 다섯 학자, 다섯 달에 걸쳐 짚은 변화의 화두

초가속
김대식·김동재·장덕진·주경철·함준호 지음
동아시아 | 308쪽 | 1만8000원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팬데믹은 세계의 앞날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 물론 팬데믹은 코로나19 이전에도 없지 않았다. 2009년 신종 인플루엔자 때도 팬데믹이 선언됐다. 하지만 그때와 지금은 바이러스 확산 규모가 다르다. 신종 플루 당시에는 214개국에서 1만850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여전히 진행 중인 코로나19 팬데믹 사망자는 현재까지 그 100배에 가깝다. 앞으로도 더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인류는 1918년 스페인 독감 이후, 100여년 만에 초대형 팬데믹을 맞았다. 살아 있는 거의 모든 이들이 생전 처음 겪는 일이다.

코로나19 이후 세상의 변화는 불가피해 보인다. 어쩌면 ‘거대한 전환’일지도 모른다. 가치관에서부터 소소한 일상의 변화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인 파도가 몰려오고 있음을 우리는 몸으로 느끼고 있다. 그러면 어떻게 달라질 것인가. 다섯 명의 학자가 이 문제를 논의했다. 김대식, 김동재, 장덕진, 주경철, 함준호가 책의 공저자다. 뇌과학, 경제학, 사회학, 역사학, 경영학 등 각자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활약을 펼쳐온 이들이다. 책이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도 특별하다. 김대식이 쓴 출간사에 따르면 “2020년 봄, 우리는 정기적으로 만나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세계 질서에 대한 공부모임”을 갖기로 했다. 한 달에 한 번씩, 5개월에 걸친 세미나의 결과물이 바로 이 책이다.

각자의 발언에서 학자적 신중함이 느껴진다. 첫 번째 세미나에서는 사회학자 장덕진이 발제하고 나머지는 토론했다. 장덕진은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을 구성하는 네트워크가 질적으로 변했다”고 강조하면서 “사회과학은 자신이 가진 (이론적) 가정을 재검토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고 단언한다. “코로나19 이후에도 감염병은 (인류에게) 점점 더 중요한 도전이 될 것”이라며 “방역에만 매몰되지 말고 과학에 투자”할 시기라고 강조한다.

두 번째 세미나는 역사학자 주경철이 주도했다. 중세와 르네상스에 해박한 그는 흑사병 등 과거의 재앙과 이후의 변화들을 흥미진진하게 거론하면서 “질병이 위기를 불러오고 이것이 역사의 흐름을 가속화시킨다”고 말한다. 예컨대 흑사병은 봉건제를 뒤흔들었다. 그는 이 지점에서 역사학자이자 정치학자인 알렉시스 토크빌의 견해를 소개하면서 “그 변화는 갑자기 툭 튀어나오는 것이 아니라, 이전 사회에서 진행되고 있던 게 한꺼번에 확 진행되는 것”이라고 언급한다. “가속이 엄청나게 빨라 갑작스러워 보일 뿐”이라는 것이다.

경제 패러다임의 변화에 대해서는 대통령직속 금융개혁위원회 위원, 세계은행 및 아시아은행 컨설턴트 등을 지낸 함준호가 전망했다. 그는 “금융 주도형 지본주의의 쇠퇴와 기술형 자본주의로의 전환” 등을 예견하면서도 “세계 경제의 앞날에 드리워진 불확실성”을 마지막 결론으로 내놓는다. 거시경제 측면에서 볼 때 “가장 무서운 것은 디플레이션”이라는 언급도 빼놓지 않는다. 이어서 연세대 교수이자 한국블루오션연구회 회장인 김동재는 기업과 조직의 미래를 거론했다. “기후변화 문제에 따른 경쟁력 확보” “분권화 가속화, 리더십과 팔로어십의 변화” 등을 언급하면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지 못하는 기업은 어려워질 것”이고, “개념적으로만 생각해온 사회적 역할에 대해 근본적으로 고민하고 행동에 옮겨야” 할 때라고 강조한다.

뇌과학자 김대식의 예측도 눈길을 끈다. 그는 이른바 세계화가 불평등을 초래했음을 지적하면서 “지역별 정체성과 부족주의 형태의 반세계화”를 전망한다. 그에 따르면 부족주의는 뇌의 하드웨어적 본능이다. 그래서 위험한 양상을 초래할 수도 있다. 그는 “나와 비슷한 사람끼리 뭉치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등장할 수 있는, “다른 피부색, 언어, 문화권을 식별”하려는 태도를 우려한다. 인공지능 문제도 물론 거론한다. “인간과 인간 사이의 직접적 관계로는 해결이 안 되는 문제들이 너무 많아진” 현재 상황은 “모든 관계 속에 IT가 들어가는 형태”로 변화할 것이라고 예측하면서, “감시자본주의와 불평등의 알고리즘화”를 우려한다.

다섯 명의 논의를 한마디로 꿰는 단어가 책 제목인 ‘초가속’이다. 다가올 변화는 뜻밖의 것이 아니라 개인과 사회 곳곳에 이미 존재한다며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팬데믹이 거기에 기름을 부어 엄청난 가속을 붙일 것이라는 관측이다. 진정 팬데믹이 두려운 까닭은 바로 그것인지도 모른다. 이제 21세기 인류는 과거로 돌아가기 어려워졌다.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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